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포괄적으로 먼저 선언하고, 비핵화 이행 및 그에 따른 보상은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며 “그동안의 청와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이 단계적 이행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해법과 관련해 과거 오류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여러 번 시사했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골수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백악관 안보 보좌관 내정자로 임명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단계적 이행에 대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한 북중 관계 개선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세우며 북미 대화에 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 타결론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하기에도 힘든 상황이어서 ‘일괄적 합의 후 단계적 이행’이라는 북핵 로드맵을 제시해 미국과 북한의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틀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공동선언하고 핵폐기 이행은 단계적으로 명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 지난달 31일 일본 와세다대 연설에서 “가장 좋은 것은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타결이다”며 “다만 합의를 집행하고 이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런 원칙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행은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말에서 이 같은 기류를 읽어볼 수 있다.
한편 남북은 4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 의전과 경호, 보도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할 예정이다. 또 의제와 관련한 고위급 회담도 한 차례 더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