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입학·취업 등 대개 봄철에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과 부담감이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계절은 화려해지는데, 자신만 초라한 것 같은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에 우울한 것일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의욕과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심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길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은 3월 중순 이후부터 증가해 4~5월에 환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중 4~5월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다행히 우울증은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초기 완쾌율이 2개월 내 70~80%에 이른다고 한다.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야외활동을 하며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하루 30분 이상 따뜻한 볕을 쬐며 산책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져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산책을 하는 것이 왠지 꺼림칙하다. 바로 최악의 미세먼지 때문이다.
지난주에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이틀 연속 시행됐다. 올해 1월 17~18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틀 연속이다. 비상저감조치는 미세먼지 농도가 당일(16시간) 나쁨(50㎍/㎥)으로 관측되거나 다음 날(24시간) 나쁨(50㎍/㎥)으로 예보될 경우 발령된다.
2017년 ‘사회 키워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미세먼지(6위)에 대한 국민 관심도는 육아(7위)와 출산(9위)보다 높았다. 미세먼지는 5년 전인 2013년만 해도 19위에 머물렀다. 미세먼지와 함께 우울증을 언급한 경우는 5년 전에 비해 22배나 늘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 김도관 교수 연구팀은 1주일 기준으로 부유 먼지(PM10)가 37.82㎍/㎥ 늘어날 때마다 국내 전체 자살률이 3.2%씩 늘어난다는 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3~4월 봄철에는 온화한 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자주, 더 짙은 농도로 한반도를 덮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소극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자 지난주 국회가 뒤늦게 법안 마련에 나섰지만, 환경소위원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확대하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봄철 미세먼지 보안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장까지 포함하는 비상저감조치 확대 적용은 강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중국과의 미세먼지 협력도 연구 분야에만 그치고 있다.
또 미세먼지 국외 요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도 높다.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질 악화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항의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귀 기울여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중장기 해법과 강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