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이슈(북핵+무역전쟁+환율합의)에 연중 최저치 깬 원·달러, 1000원 갈수도

입력 2018-04-0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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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흑자 GDP대비 3%대 축소하고, 금리인상 늦춰야..기업 품질경쟁력 높여야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깨고 1055원에 바싹 다가섰다. 올 들어 저항선으로 인식했던 1060원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05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원화절상·원화값 상승). 연내 1000원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 올해 1000원 갈 수도 =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56.6원을 기록해 2014년 10월30일 1055.5원 이후 3년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속도. 미중간 무역전쟁 우려로 1082.2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6거래일만에 25.6원(2.4%)이나 급락했다.

이는 우선 4월과 5월 연달아 남북간 북미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등 북핵 관련 이슈가 급물살을 타면서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격화했던 미중간 무역전쟁이 수습국면에 접어든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환율 개입관련 합의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도 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외환시장 주변 환경이 원화 강세 분위기로 전환한 감이 있다. 미중간 무역전쟁과 북한 리스크가 완화된데다 최근 결정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할 수 있다는 미국과의 환율관련 합의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분간 원화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출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어서다.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환투기 자금 유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최근 원·달러 급락은 미국의 4월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당국의 개입이 힘들 것이라는 기대가 가세했다는게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전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GDP대비 5%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데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환차익을 노린 환투기 자금도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원·달러가 연말 1000원까지 갈수도 있겠다”고 예측했다.

다만 1000원이 깨지긴 쉽지 않다고 봤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데다 연준(Fed)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서다. 달러 약세가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원화절상이 가속화할 경우 외환당국도 이를 방치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와 금리인상 추세는 달러 약세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과도한 달러 약세의 조정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원화절상이 가속화하면 정책당국도 그냥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 환율 안정 노력 서둘러야 =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GDP대비 5%대인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3%대까지 선제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 지난해말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784억6020만 달러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5302억 달러 대비 5.13%에 달한다. 17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던 2015년 7.66%에서 2년 연속 감소세지만 경제전문가들은 3% 수준을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 총재는 2일 연임후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7%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나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연구자들은 3% 정도가 괜찮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원화절상이 심화하면서 무역수지가 급반전했고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졌다”며 “지금 무역수지를 미리 미리 조정해야 급격한 원화절상 후 위험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보다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원화절상은 한은의 금리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김정식 교수는 “당분간 자본유출 위험이 낮다는 점에서 한은 금리인상도 (원화절상에 대응하기 위해) 완만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쏠림에 대해서는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책당국도 환율안정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민간영역에서 외환보유액을 쌓는 방법도 모색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소영 교수는 “미국 압력에 (환시 개입을 통해) 외환보유고를 축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민간분야에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개별 기업의 경쟁력 향상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보다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단시간내 어렵겠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환율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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