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ㆍ바이오업계, R&D비용 회계처리 쇼크… 희비 엇갈려

입력 2018-04-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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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주의 연구개발(R&D)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테마 감리를 예고하면서 전통 제약사와 일부 신생 바이오업체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 상장 제약사의 경우 현재 대부분 연구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어 금융감독원의 칼날을 비켜 간 반면 연구비를 상당 부분 ‘무형자산’화한 일부 바이오 기업의 경우 적자폭이 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자체 결산에서 지난해 5억3000만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나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강화된 감사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8억8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판단, 결국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기록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하루아침에 관리종목 지정이라는 날벼락에 주가가 내려앉자 차바이오텍은 결국 2일 자구책의 일환으로 214억 원어치의 자사주(109만 주)를 전량 소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시가총액 2조 원이 넘는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제넥신도 지난달 30일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R&D 비용 349억 원을 전액 판관비(경상개발비)로 회계 처리해 269억 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2월 28일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64억 원으로 잠정 공시했다가 금융감독원의 테마 감리 선언 이후 회계 오류를 수정해 사업보고서를 다시 냈다. 유전자 치료제 기업 바이로메드도 지난해 연구개발비 38억 원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해 전년에 비해 영업손실폭이 200% 이상 늘어난 6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개발비 무형자산화 비중이 96%(연구개발비 160억 원, 개발비 149억 원)에 달해 제약바이오기업 중 금감원 회계 감리 대상 1순위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은 여전히 대부분의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돌리는 회계 처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금감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셀트리온 무형자산은 9518억7276만 원이고, 이 중 개발비는 9229억5225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시밀러는 신약과 달리 개발 실패율이 낮아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화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R&D비용 회계처리 논란은 기업들이 자율로 회계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발생했다.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회사들은 개발비를 회계처리할 때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높거나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될 경우 무형자산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는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 높은 투자비용이 부담이 된 일부 바이오업체들은 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판매일반관리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올렸다.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데도 신약 개발 초기부터 R&D 비용을 자산으로 돌려 영업이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 국내 상위 제약사는 2016년 집행한 연구개발비(총 6489억 원)의 80.5%에 해당하는 5224억 원을 경상개발비(통상 판매관리비에 반영)로 이미 회계처리해 충격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신라젠, 차바이오텍 등 국내 TOP4 상장 바이오기업이 2016년 집행한 연구개발비의 41.8%(1880억 원)가 경상개발비로 처리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구개발비 중 제조원가로 반영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개발비 중 자산화되는 비중은 평균 10% 전후로 상당히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의 경우 처음부터 보수적인 회계정책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회계처리 악재를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밖에도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휴온스, 영진약품, 에스티팜, 동국제약, 한독, 광동제약, 신풍제약, 유나이티드제약, 환인제약, 동성제약, 케어젠, 에이티젠, 펩트론 등 13곳은 R&D 금액 전체를 비용으로 처리해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시장에서는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으로 털면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나 회계처리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실적과 변동성을 최소화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일반 상장 기업의 경우 자산화 비율이 낮으면 영업손실로 전환될 우려가 있어 향후 R&D 비용에 대해 보수적인 회계정책을 적용해 처리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대상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각 기업의 R&D 자산화 비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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