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금융회사를 넘어서 금융기관으로

입력 2018-04-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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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금융회사일까? 금융기관일까? 은행은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이다. 그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사람들은 이윤을 많이 창출하고 성장성이 높은 은행에 더 많이 투자한다. 그 주식은 국경을 넘어서도 거래되어 우리나라 주요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70%에 달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정부와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에 주로 사용되는 ‘기관’이라는 말을 은행의 뒤에 놓아 금융기관이라고 부른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은행이 휘청거릴 때 정부는 은행을 살리기 위하여 국민의 세금인 막대한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쏟아 부었다. 국민들은 장롱의 금붙이를 꺼내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정부도 많은 구조조정기금을 은행에 투입하였다. 이윤 창출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그 이윤을 정부나 국민이 아닌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은행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왜 이렇게 도와주는 것일까?

최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단순히 돈만 챙기는 주체가 아니라 사회를 위하여 무언가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이 소극적인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 활동 자체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공유가치 창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의 윤리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사회와 환경 그리고 지배구조를 해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투자를 회피함으로써 착한 기업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장경제 중심의 자본주의와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사회 문제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심화할 수 있는 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공동체 자본주의, 따뜻한 자본주의, 공유경제, 창조적 자본주의 등 대안적 자본주의의 개념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심에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여서는 함께 몰락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50년 후에도 사회 교과서에 기업의 목적이 지금처럼 수익 창출, 주주 가치의 극대화라고 나와 있을까? 앞으로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재무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발붙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의 하나인 기업도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업은 기업 중에서도 공공적 성격이 가장 강한 경제주체이다. 그래서 까다로운 진입장벽을 설정해 보호해 주고 엄격한 감독규정을 적용하여 영업방식을 규제하고 있다. 또 문제가 생길 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공공성에 비하여 금융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인식은 아직은 미약하다. 그 자리를 사회적 금융, 임팩트 금융이 크게 성장하면서 지키고 있다. 그러나 결국 공공성이 강한 금융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금융회사들은 도태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편안히 앉아서 제도적으로 보장된 수익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금융의 사회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공적 기제(機制)임을 인식하고 금융회사를 넘어서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혁신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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