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이 벌어진 가운데 신분확인을 제대로 안 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해당 학교 보안관이 억울함을 드러냈다.
서울신문은 4일 "신분확인도 했고 경찰이 오기 전까지 범인 설득도 했는데 '통제가 안 됐다'는 이유로 저를 못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는 방배초등학교 보안관 최 모 씨의 심정을 전했다.
31년간 군에서 재직한 후 대령으로 예편한 최 씨는 해외서 벌어진 전쟁 참전 경험도 두 차례나 있다.
최 씨는 초동 조치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지금 생각해도 당당하다"고 못 박았다. 최 씨는 "폐쇄 회로(CC)TV에 신원 확인하는 장면이 다 나온다. 하지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해도 상대방이 안 주면 강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이 들어간 후 5분 뒤에 사건이 발생했다. 다급하게 '교무실로 와 달라'는 전화가 와서 바로 뛰어들어갔고 상황이 벌어진 후라 특수반 선생님을 통해 경찰 신고를 했다"며 "소말리아와 이라크 등 전쟁터에 두 번 다녀오고 총기도 겨눠본 적이 있어 침착하게 대했다. 무조건 범인과 눈높이를 맞추자는 생각으로 네 발로 기어 들어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 씨는 "범인이 의자에 앉아 바깥을 보고 있었다. 범인과 눈을 맞추기 위해 네 발로 기어 들어가 범인과 15분가량 이야기했다. 범인이 나가라고 하길래 자극 안 시키려고 뒷걸음쳐서 나왔다. 학교에서 조치를 잘했기에 범인이 흥분을 안 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것들이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더라. 아내가 사직서 쓰고 나오라고 했다. 너무 억울해서 밤새 경위서 써서 아침에 학교에 제출했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신고 후 5~6분 후 도착했다고. 최 씨는 "경찰이 정복을 입고 왔길래 제가 제지했다. 정복 입은 사람이 와서 면담하면 범인이 흥분할 수 있어 사복 입은 협상팀이 하라고 제시했다"며 "만일 인질로 잡힌 학생이 흉기로 급소를 찔리면 경찰이 치료할 수 없으니 여경에게 구호팀을 불러달라고도 요청해 나중에 119도 왔다"고 밝혔다.
최 씨는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보안관 업무 매뉴얼 18쪽짜리도 제가 만들었다. 이런 거 여기밖에 없다. 학부모들도 여기 보안관 최고라고 한다. 저는 운동도 많이 해서 체력도 만점이다. 택배가 들어갔는데 4분 내로 안 나오면 바로 쫓아 들어간다. 정말 열심히 애착을 갖고 근무했다. 사명감 느끼고 일했는데 이렇게 돼서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방배초 학부모들을 비롯해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보안관에 대해 응원과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그간 아이들에게 학부모에게 얼마나 애써주셨는지 다 느낀다. 너무 속상하고 놀랐겠지만 오래 방배초에 남아달라", "저희 딸이 방배초 학생이다. 보안관 잘못 아니고 학교 보안시스템을 손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울 방배경찰서는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피의자 양 모 씨에 대해 초등학교에 침입해 여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인 혐의(인질강요·특수건조물침입)로 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 씨는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뇌전증(간질)과 조현병(정신분열증)이 생겼는데 국가에서 제대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며 범행 계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