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 너도나도 친정부 인사 ‘러브콜’… 이사회 독립성 어쩌나

입력 2018-04-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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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외이사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거나 노무현 정권 시절 활동했던 친 정부 성향 인사들이 대거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내부 회장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친 정권 사외이사가 내부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외풍(外風)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친정권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방패막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文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장하성 실장 동문 포진 =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선우석호(서울대 객원 교수), 최명희(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변호사) 사외이사 후보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중 선우석호 사외이사, 정구환 사외이사가 친정부 성향 인사로 꼽힌다. 선우석호 신임 사외이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선우석호 사외이사는 장하성 실장과 1994년 논문을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다. 정구환 변호사도 장 실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으로,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 주주총회에서 경기고 출신인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임승태 사외이사는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심의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 등을 지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화남(제주여자학원 이사장), 박병대(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경록(CYS 대표이사)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 중 박병대 사외이사가 친문(親文)인사로 분류된다. 박병대 사외이사는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여권 정치인 출신 등 정권 코드 인사 지적 = IBK기업은행은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전현직 금융기관 임원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지방 금융사인 BNK금융지주는 지난달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정기영 계명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기영 사외이사는 한국회계학회 회장, 국민은행 사외이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등을 지냈다. BNK금융지주 계열인 부산은행은 16대 총선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까지 한 차정인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한 부산은행은 참여정부 시절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손기윤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광주은행은 17대 국회의원이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지병문 전 전남대 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시환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박 전 대법관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돼 사퇴했다. 박 전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에도 참여했던 인물이다.

이 밖에 금융지주와 은행 간 사외이사를 교차 선임한 사례도 있었다. 허윤 하나금융지주 신임 사외이사는 직전까지 KEB하나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다. 반대로 김인배 KEB하나은행 신임 사외이사는 이전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았다. DGB금융의 이담, 서인덕 신규 사외이사는 기존 대구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다.

금융권에선 친 정권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 전문성 부족, 사외이사 권력 비대화, 거수기 전락 등을 문제를 제기한다.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들이 금융사 경영활동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배구조개선 추진으로 주요 이사회에서 회장 등 사내이사가 빠진 상황에서, 힘 있는 사외이사들이 들어와 지나치게 간섭을 하면 내부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친 정권 사외이사를 선임한 취지를 생각하면 방패막이 역할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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