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이틀째 강세장을 이어갔다. 단기물이 상대적으로 강해 일드커브는 사흘째 스티프닝됐다. 통안채 2년물부터 국고채 10년물까지 주요구간 금리가 3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3년물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차이인 장단기 금리차도 3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우려가 재개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이 채권시장엔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전일 발표된 소비자물가가 1%대로 부진하면서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도 영향을 줬다.
수급적으로는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시에 매수했다. 특히 3년 선물시장에서는 18거래일째 매수세를 이어가 5년10개월만에 최장 순매수를 기록했다. 현물시장에서도 이날 입찰이 진행된 통화안정증권(통안채) 2년 신규물 입찰에 참여하는 등 매수세를 보였다. 일부 기관들의 숏커버 물량도 나왔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대내외 재료가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라고 전했다. 다음주 12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까지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일드커브 역시 스팁쪽에 무게를 뒀다. 다만 비둘기 금통위를 기대하고 추격 매수에 나서기엔 부담스럽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고20년물은 2.1bp 하락해 2.6625를, 국고30년물은 1.5bp 내려 2.657%를 기록했다. 국고10년 물가채 16-5는 1.2bp 하락한 1.792%에 거래를 마쳤다.
한은 기준금리(1.50%)와 국고3년물간 금리차는 66.8bp로 1월11일 65.2bp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10-3년 금리차는 0.8bp 벌어진 44.9bp로 지난달 19일(44.9bp) 이래 가장 벌어졌다. 전날 정상화됐던 30-10년간 금리차도 4.0bp로 확대됐다.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0.5bp 하락한 82.5bp였다. 이는 1월5일 80.2bp 이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통당(통안채 당발물)을 1500억원 가량 매수했다. 2019년 3월만기로 잔존 1년남짓한 국고14-1도 1500억원를 매수한 것으로 잡혔다.
미결제는 1541계약 늘어난 23만7484계약을, 거래량은 6014계약 증가한 9만5494계약을 기록했다. 회전율은 0.40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5676계약 순매수해 18거래일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는 2012년 4월5일부터 5월15일까지 기록한 27일간 순매수이후 최장 순매수다. 은행도 5006계약 순매수해 사흘째 매수세를 지속했다. 반면 금융투자는 9742계약 순매도하며 역시 사흘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6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23틱 오른 120.65였다. 이 역시 1월9일(120.80) 이후 최고치다. 장중고점은 120.66으로 역시 1월9일(121.12) 이래 가장 높았다. 장중저점은 120.30으로 장중변동폭은 36틱을 기록했다.
미결제는 2254계약 줄어든 10만3454계약을, 거래량은 2만5037계약 감소한 5만1736계약을 보였다. 회전율은 0.50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금융투자가 1945계약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732계약 순매수해 이틀째 매수세를 보였다. 보험은 126계약 순매수해 7거래일만에 매수전환했다. 반면 은행은 2782계약 순매도로 대응했다. 이는 1월16일 3464계약 순매도 이후 3개월만에 일별 최대 순매도다. 연기금등도 189계약 순매도해 6거래일째 매도했다. 이는 2월22일부터 3월8일까지 기록한 10거래일연속 순매도 이후 한달만에 최장 순매도 기록이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순매수 포지션 추정치는 3년 선물의 경우 13만9252계약을 기록해 지난해 6월13일 13만9513계약 순매수 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 선물의 경우 2만8556계약으로 작년 8월30일 2만8790계약 순매수 이후 7개월만에 최고치였다.
현선물 이론가는 3년 선물이 저평 2틱을, 10년 선물이 저평 1틱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일 미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선반영 인식이 있었던데다 풍부한 단기자금까지 가세하면서 원화 채권은 강보합세로 출발했다. 미중간 무역전쟁 여파로 주가가 반락하면서 금리는 낙폭을 확대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속된 것도 단기영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반적으로 수급과 지표들이 매수쪽에 유리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금리는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커브 스팁은 좀더 지속되겠다”고 전망했다.
은행권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초반부터 전반적으로 강했던 것 같다.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 외국인이 3년 선물로 신규매수에 나섰고 숏커버도 유입됐다. 현물쪽으로도 통안2년 신규물 입찰에 외국인이 유입됐다. 매수를 미뤘던 쪽에서도 매수에 나섰고 선물 마감 후에도 사자세가 많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강세가 언제까지 갈지 고민이다. 시장에서는 다음주로 예정된 금통위가 도비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도 현선물 포지션을 더 늘릴 것이라는데 베팅하는 듯 싶다”며 “금통위까지는 강세를 보이겠지만 만약 한은이 7월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의 시장 랠리를 일부 진정시킬 필요도 있어 보인다. 비둘기파적인 멘트를 기대하면서 추격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런 국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