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G2 무역전쟁의 본질은 지식재산권 전쟁

입력 2018-04-05 10:3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신문과 방송에서도 연일 크게 보도된다. 크든 작든 싸움은 늘 좋은 구경거리인데, 당사자들이 세계 2대 강대국인 만큼 주목도가 더 높다. 다만 벌어지는 현상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점은 아쉽다.

싸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본질이다. 치고 받는 배경이 무엇인지 결국 무엇을 얻으려는 의도인지 알아야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G2 양쪽 모두의 영향권에 놓인 한국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셈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축소하는 것 외에도 미국 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했을 수도 있고, 중국과 주요 교역국 사이의 ‘이간질’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1333개 품목이 중국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에 들어 있는 분야를 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의도는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관세 품목은 이들 산업 분야에 집중돼 있다. 사실 이것이 바로 이번 무역전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제4차 산업혁명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저지하고 싶어 한다. 작년 12월 발표된 트럼프 정부의 신(新)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잠재적 경쟁국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협하는 ‘도전 세력(revisionist power)’인 중국에 대해 관계 설정 재정립을 적시했다는 점과, 미국의 지속적 글로벌 IP(지식재산권) 강국 위치를 보호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의 핵심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제도에 대한 조사에서 비롯됐다.

즉,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은 제조업에 필요한 IP 전쟁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은 최대 IP 국가로 성장했다. WIPO(세계지식재산기구)에 등록된 중국의 IP는 독일, 영국, 프랑스를 합한 것보다 더 많다. 하지만 현재 고부가가치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IP 원천기술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해외에서 고부가가치, 고도 기술 산업 중심으로 IP 보유 기업들을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하는 중이다.

지속해서 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중국의 손실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이 우려되며, 이는 중국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 상승과 부채 부담 확대로 이어지게 한다.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압력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기술혁신을 통한 제조업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될 수 있고, 자칫 경착륙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수출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중국이 그동안 대만, 일본, 한국, 독일 등의 국가에서 수입하던 중간재 부품을 미국에서 수입할 경우, 중국은 현재 37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對美) 흑자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중(對中) 전체 수출 1421억 달러의 78.9%가 중간재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의 증시와 환율시장은 중·미 무역전쟁 격화로 인해 큰 변동폭을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역시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독점적 시장 지위로 봤을 때 큰 영향은 단기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에서 반도체 산업의 공헌도는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지난해(1~11월 기준) 수출 증가에 대한 품목별 기여도에서 반도체는 42.9% 비중을 차지한 바 있다.

더불어 중국 기업이 앞으로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대한 M&A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핵심 기술 유출에 대비하면서도 중국의 자본 수요를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부모-자녀 한 동네 사는 실버타운 만든다더니…오세훈표 '골드빌리지' 무산
  • 오늘은 '소설' 본격적인 겨울 준비 시작…소설 뜻은?
  • 총파업 앞둔 철도노조·지하철노조…오늘도 태업 계속 '열차 지연'
  • 단독 내일부터 암, 2대 주요치료비 보험 판매 중지된다
  • "아이 계정 삭제됐어요"…인스타그램의 강력 규제,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이슈크래커]
  • 근무시간에 유튜브 보고 은행가고…직장인 10명 중 6명 '조용한 휴가' 경험 [데이터클립]
  • 김장철 배춧값 10개월 만에 2000원대로 '뚝'
  • 단독 LG 생성형 AI ‘엑사원’에 리벨리온 칩 ‘아톰’ 적용되나…최적화 협업 진행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09:1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649,000
    • +3.3%
    • 이더리움
    • 4,718,000
    • +8.66%
    • 비트코인 캐시
    • 680,000
    • +8.02%
    • 리플
    • 1,797
    • +15.34%
    • 솔라나
    • 359,200
    • +7.54%
    • 에이다
    • 1,183
    • +4.14%
    • 이오스
    • 947
    • +7.13%
    • 트론
    • 279
    • +1.09%
    • 스텔라루멘
    • 389
    • +12.75%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350
    • -2.46%
    • 체인링크
    • 21,080
    • +4.46%
    • 샌드박스
    • 487
    • +2.9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