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이마트 ‘노브랜드’와 손잡은 경동시장에 '봄바람’ 불까

입력 2018-04-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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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은 121평(400㎡) 규모로 신관 2층에 들어섰다. 기존에 이 건물은 신관 건물 3층 대부분이 공실로 비어 있었으며, 2층도 총 545평 면적에 인삼. 의류 등 점포가 29개에 불과했다. 공실률도 60%에 달했다.(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은 121평(400㎡) 규모로 신관 2층에 들어섰다. 기존에 이 건물은 신관 건물 3층 대부분이 공실로 비어 있었으며, 2층도 총 545평 면적에 인삼. 의류 등 점포가 29개에 불과했다. 공실률도 60%에 달했다.(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처음에는 반대도 했죠. 근데 좋아진다니까 동의했어요. 막상 들어오니 좋아요. (전체 리모델링을 통해) 우리 상인들 매장도 깨끗해지고…. 젊은 손님들도 많이 오겠지요.”(경동시장 신관 2층 상인)

생물 고등어를 파는 아주머니가 노란색 ‘노브랜드’ 계란 과자를 한입에 쏙 넣는다. 한방약재 향기가 코끝을 찌르는 시장 길목을 지나 허름한 ‘흥환상사 약업사’ 간판을 찾아 건물에 오르니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세트장 같은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서울 사대문의 동쪽. 이전부터 거슬러 올라가자면 조선시대 의료기관인 ‘보제원’ 근방에 위치해 국내 최대 약재 거래 시장으로 확장된 제기동 상권이다. 오랜 전성기를 누려온 경동(京東)시장은 최근 몇년새 노후한 시설과 노령화된 소비자들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전통시장과 상생을 내세운 이마트는 경동시장 신관에 서울에서 첫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을 봄비와 함께 5일 오픈했다.

“시작한다고 해놓고 미뤄지니까 걱정도 했죠.” 알 굵은 인삼을 한무더기 쌓아놓은 상인이 말했다. 내부 상인들끼리 협의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마트는 경동시장 상인회와 동대문구청과 상생스토어 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경동시장 측이 이마트에 먼저 유치 제안을 했으며 지난해 12월 문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4월 초까지 미뤄지게 된 것.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통상 조율하는 절차였다. 이 과정을 통해 내부 상인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노브랜드가 위치한 공간에 원래 있던 점포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불만도 있었지만 오픈 첫날 해당 상인들은 “서로 좋자고 하는 결정이었고 잘 될거라 본다”며 웃었다.

종전에는 해당 층의 공실률이 60%에 달하기도 했다. 총 545평 면적에 인삼, 의류 등 점포가 29개에 불과했다. 이에 이마트는 이번 상생스토어를 입점시키면서 신관 2층 전체의 구성을 새롭게 짜고 공사에 투입된 바닥, 천장, 조명 등 인테리어 비용을 전부 지원했다. 빈 매장을 철거하고 영업 중인 29개 인삼 및 패션 매장(총 260평)들을 고객 유입 동선 전면에 깔끔하게 정렬배치하는 등 레이아웃을 조정했다. 기존 인삼 매장을 거쳐야만 상생스토어로 진입하게끔 동선을 고려했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은 121평(400㎡) 규모로 신관 2층에 오픈했다.(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은 121평(400㎡) 규모로 신관 2층에 오픈했다.(사진=이꽃들 기자 flowerslee@)

정병규 CSR 팀장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은 상인회가 집기나 난방시설을, 동대문구청이 도서를, 이마트가 리모델링에 따른 인테리어 비용을 각각 부담했다. 이곳은 진화된 상생모델이자 민관 협력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프리오픈 첫날 경동시장 상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Hurry’(서둘러)라는 표지를 달아놓은 9900원짜리 차렵이불은 특히 인기였다. 상인들끼리 서로 점포에 갖다놓으라며 선물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시장에서 마실나온 듯 장화를 신은 채 ‘노브랜드 주방세제’ 가격을 따져보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노브랜드 전문점뿐 아니라 청년몰, 스타벅스 재능기부 카페인 ‘카페 숲’, 신세계이마트희망놀이터 등의 시설도 ‘키 테넌트’ 효과에 기여해 고객 타깃층을 넓힐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광수 경동시장 상인회장은 “노령화된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젊은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어린이희망놀이터 역시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일일 유동인구가 2만~3만명인 경동시장이지만 60세 이상 유동 인구 비중이 55%를 차지할 정도로 노령화된 점이 우려돼왔다. 더욱이 이 많은 유동인구가 신관 2~3층으로 유입되기 힘든 점은 더 큰 문제점이었다.

이마트 이창렬 공정거래팀 부장은 “시장 구석구석 더 깊숙히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집객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모아 구성했다”면서 “상권 특권을 반영해 영업시간도 조정하고 냉동과일과 냉동축산을 제외한 일반 채소, 과일, 건어물, 수산 등은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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