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해도 정부 규제에 발목

입력 2018-04-06 09:33 수정 2018-04-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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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FCEV) 양산에 성공했다. 기술력은 최고인데, 왜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딜까?

정부는 5일 4조 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기대했던 수소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뺐다.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중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쓸 수 있는 수소전기차 정부 보조금 예산은 작년 이월분까지 더해도 최대 250대에 못 미친다. 반면 정부는 올해 전기차 2만 대 분의 보조금을 준비했다. 수소차 보조금과 전기차 보조금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NEXO)는 지난달 사전 예약판매를 통해 1100여대가 계약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보조금을 못 받는 800여 대는 계약이 취소될 상황이 됐다. 수소전기차는 궁극적인 차세대 친환경차로 꼽힌다. 전기차(EV)는 사용연료인 전기를 생성하기 위해 또 다른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수소의 전기분해를 통해 스스로 전기를 뽑아낸다. 최근 논란이 된 미세먼지 정화효과도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넥쏘 1대는 성인 43명이 마실 수 있는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에너지 인프라가 확산하지 못한 것은 정부 규제 때문이다. 예컨대 일반 주유소와 수소 충전소를 병합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이종연료에 대한 거리 제한이 존재한다. 주유소와 LPG 충전소가 한 곳으로 붙어있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수소 충전소의 도로변 설치도 불가능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도로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소충전소를 허가 대상에 포함했다. 작년까지는 도로법에 수소 충전소에 대한 규정조차 없었던 셈이다. 주유소나 LPG 충전시설보다 방호벽과 안전기준이 현저하게 높다는 점도 여전히 문제다. 예컨대 시장 진입 초기에 수요가 낮음에도 안전관리자가 24시간 상주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있다. 일본은 셀프 충전을 검토 중이고 유럽 일부 국가는 이미 셀프 충전을 허용했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고작 16곳이 전부다. 그나마 민간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7곳, 서울과 경기권에는 유일하게 서울 상암동에 한 곳이 존재한다. 충전소 하나를 세우려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소방기본법 △건설기준법 △도로법 등의 촘촘한 벽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인식의 차이다. 정부는 “수소전기차에만 막대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고, 기업은 “충전소를 포함한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미약한 상황에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항변한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사이 미국과 일본 등의 경쟁국은 인프라 확대를 앞세워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수소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를 천명했지만 정작 예산 등에는 반영되지 않는 정책 엇박자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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