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의 몰락‘ 3선 야망에서 감방으로…시장은 환호하지만

입력 2018-04-06 09:17 수정 2018-04-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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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룰라 구속 최종 결정…개혁 성향 중도파 인사 10월 대선 당선 기대·정국 혼란 더욱 심해질 수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3선 야망이 무너졌다. 부패 스캔들에 따른 구속으로 오는 10월 대선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시장은 환호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브라질 정국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이날 새벽 룰라 전 대통령의 불구속 요청을 기각했다. 이어 브라질 법원은 룰라에게 6일 오후 5시까지 자진 출두하라고 통보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9년 건설회사 OAS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도와준 대가로 아파트를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뇌물 수수와 돈세탁 등 부패혐의로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올해 1월 말 2심에서는 징역 12년1개월을 선고받았다.

룰라 전 대통령은 상고 절차가 끝날 때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세르지우 모루 연방 1심 판사는 체포 명령을 내리면서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진 출두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로 사실상 룰라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는 무산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불구속 상태로 선거운동을 계속할 계획이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재임한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좌파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재임 기간 브라질 경제를 성장시켜 퇴임 당시에도 높은 인기로 8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6%로 선두를 달렸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을 거치며 브라질 경제가 침체하자 수년간 브라질 정치를 이끈 카리스마적인 인물이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2위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 하원의원의 지지율은 10% 중반으로 룰라 전 대통령의 절반 수준이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우파로 분류된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룰라 지지자들은 “정치적 박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FT는 대법원의 기각 결정 이전에도 룰라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복귀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전했다. 브라질 법률에 따르면 형사 판결을 받은 사람은 공직에 입후보할 수 없어서다.

반면 시장은 룰라의 퇴장을 환영했다. 이날 상파울루증시 보베스파지수는 1% 상승했다.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상장지수펀드(ETF)는 장중 최대 2.4%까지 급등했다. 좌파의 상징인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경쟁에서 물러나면서 경제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룰라 전 대통령은 테메르 대통령이 시행한 시장 친화적인 정책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로렌스 브리날드 TS롬바르드 이머징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룰라가 대선 경쟁에서 사라지면서 경제 개혁을 주도하는 중도파 후보가 10월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누가 그렇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브라질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하지 못하게 되면서 선거 열기가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속한 좌파 노동자당(PT)의 지지자들과 룰라 반대파 사이에서 갈등이 고조돼 소요 사태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체포 명령이 전해지자 상파울루 시내에서는 불꽃놀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PT 당직자와 지지자들은 상파울루 외곽의 금속노동자 노조 건물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다. FT는 다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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