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올해 대만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 300명을 새로 고용하고 인공지능(AI)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5000명 이상의 대만 학생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지난 1월 구글은 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의 연구·개발(R&D)인력 2000여 명을 인수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월 AI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기반으로 대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2월에는 3400만 달러(약 362억9500만 원) 규모의 대만 R&D센터를 설립했으며 향후 2년간 100명, 5년 내 2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대만의 인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IBM 대만 지사장은 AI와 블록체인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해 R&D센터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며 클라우드 연구소도 개발 중이다.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대만을 택한 것은 이들이 원하는 바를 대만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포브스는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에 맞게 훈련된 인재를 원한다. 대만의 과학기술 인력은 AI와 같은 신산업 분야에 쉽게 투입할 수 있다. 알랭 크로지어 MS 중국지역 담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미디어 행사에서 “대만의 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대만을 골랐다”고 밝혔다.
낮은 인건비도 기업들을 유인하는 요소다. 양궈위안 유안타폴라리스연구소 대표는 “대만의 많은 인재가 대학에서 기초 공학을 훈련받았으며 인건비도 낮다”고 말했다. 토니 푸 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재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면서 “대만은 이 지역에서 최고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북아시아에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자 한다면 대만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도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6년 5월 취임한 이래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 기기 등의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2023년까지 ‘아시아 실리콘 밸리’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정책 중 하나로 구글과 MS의 채용을 정부가 뒷받침했다. 하드웨어 제조에 의존하던 대만 경제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첨단기술 산업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목표치 6130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윌리엄 포먼 대만상공회의소 회장은 “대만은 공공 설비, 임대료와 인건비 측면에서 합리적인 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인센티브와 기타 지원책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전력과 기타 인프라가 안정적인 것도 대만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중국과 달리 지식재산권이나 보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중국의 인건비가 대만보다 더 저렴한데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 대신 대만을 선택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구글과 MS, IBM의 투자를 창출해낸 대만의 조건은 다른 기업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양 대표는 “더 많은 투자자가 대만에서의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