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신도시 '택배 갑질' 논란…"아파트 내 안전 때문에" VS "택배 기사 생업이 걸린 문제"

(출처=온라인커뮤니티)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배달을 둘러싼 '갑질 논란'이 벌어져 아파트와 택배회사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9일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택배차량 '통제협조' 안내문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안내문에는 "택배사가 현재 정문으로 찾으러 오던지 놓고 간다고 전화·문자가 오면 이렇게 대응하라"며 "정문과 동문 주차장 파킹 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는 답변 내용까지 적혀 있다.

또한 "아파트 출입 못하게 해서 반송하겠다고 하면 이렇게 대응하라"라며 "택배기사님들 편의를 위해 지정된 주차장이 있고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라고 안내돼 있다.

특히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작성한 이 안내문에는 "3월 한 달간 각 택배사 현장소장 미팅해 설명 완료했으며, 지하주차장 출입가능한 택배차 변경 요청했다"라며 "3월 마지막 1주동안 출입하는 택배기사님께 안내 및 계도 실시했으며 4월 2일 현재까지 택배배달 거부 업체는 없으며 향후 발생시 공지토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다산신도시 내 일부 아파트 단지와 택배업체간 갈등은 올해 초 다산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후진 중이던 택배 차량과 아이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인근 아파트 4개 단지는 택배사 측에 지상통행로 차량 출입을 통제하겠다며 앞으로 택배차량은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은 층고가 2.1~2.3m에 불과해 택배 차량 높이(2.5~3m)보다 낮아 택배 차량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아파트 측은 택배 차량의 높이가 낮은 차량을 이용하라고 요구했지만, 택배 현장소장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해당 차량의 개조를 하는데 드는 비용을 모두 개인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이렇게 개조하게 되면 해당 택배 차량의 적재공간도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 아파트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갈수록 오히려 택배 단가가 낮아지면서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2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택배 단가가 맞춰지고 있고, 택배 현장소장들은 몇백 원 수준의 가격으로 배송을 책임지고 있다. 각 대리점주 역시 택배 물량은 크게 늘고 있지만 인력문제와 함께 택배 건당 단가는 갈수록 낮아져 적자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특히 택배 현장소장들은 하루 배송 물량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데 아파트 내 안전을 앞세워 이야기하는 해당 아파트 측의 요구대로라면 하루 소화할 수 있는 물량도 줄어 수입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다산신도시 일대 일부 아파트 측과 택배사 측의 절충안이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 일대 택배 대란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