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이 인수·합병(M&A)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0년 시행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전부 개정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해당 법은 회계사 40인 이상을 갖춘 회계법인에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박근서 성도회계법인 대표는 “조직 형태가 통합관리형으로 비슷한 곳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일 다산회계법인 대표는 “다른 법인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일회계법인은 최근 회계법인 간 합병을 결의했다. 신한·현대회계법인 역시 비슷한 규모 또는 상대적으로 작은 곳과의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회계법인 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외감법 개정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들 법인 모두 40인 이상의 회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감사를 지속하기 위한 최소 요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외감법 개정안은 상장사의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지정 감사 대상은 2700여 개(상장사, 소유·경영 미분리 회사)로 정해져 있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감사 품질 경쟁력을 높인 곳이 지정 감사에서 보다 많은 상장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통합 형태로 운영하지 않으면 품질관리 등의 투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명 이상의 회계사를 확보하면 회계법인 상위 10위 안에 드는 등 경쟁력을 갖춘다” 며 “이전에 논의했던 곳과의 합병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빅4 회계법인을 제외한 상장사를 감사하는 90여 개 회계법인 모두가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5월 상장사 감사인 등록요건을 구체화해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요건이 발표되면 회계법인 간 합병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