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암학회’에 국산 항암기술 대거 출사표…R&D 성과 ‘글로벌 검증대’ 올라

입력 2018-04-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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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번 주말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미국암학회(AACR, 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에서 연구개발(R&D) 성과 공개에 대거 나선다. 미국 시카고에서 14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열리는 AACR에서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신라젠, 제넥신 등이 연구내용 발표를 앞두고 있다.

AACR는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암 학회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2020년 1500억 달러(1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항암제 시장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앞다퉈 도전장을 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수준에 견줘 뒤지지 않을 만큼 기술력이 높아진 토종 항암제를 내세워 ‘K-팜(Pharm)’의 존재 알리기와 기술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이번 미국암학회에서 3세대 비소세포성 폐암 항암치료제 ‘YH25448’의 전임상(동물실험) 효능과 작용기전을 포스터 형식으로 발표한다. 임상 1상은 상반기 내 마무리짓고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YH25448은 위약과 비교해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으며 고용량 투여 시에도 피부 독성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이 적다. 돌연변이성 폐암 환자의 뇌전이에도 효과가 나타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유한양행은 3분기경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할 계획이며 미국에서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YH25448은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Genosco)’로부터 2015년 7월 기술 도입한 신약후보물질인 만큼 지난 3년여간 유한양행을 이끌어 온 이정희 대표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방식 R&D가 이번 학회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첫 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 파이프라인들이 종양 분야에 집중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YH25448은 기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에 비해 안정성 측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 기대되는 물질 중 하나”라면서 “전임상에서 3상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호재가 있을 때 저명한 글로벌 학회에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파이프라인 가치는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HM43239(FLT3 저해제)’, 간암 치료제 ‘HM81422(FGFR4 저해제)’, 소세포성폐암 치료제 ‘HM97211( (LSD1 저해제)’ 등 3가지 항암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학회에서는 전임상 단계의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 올해 1월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이미 공개한 HM43239를 제외하고는 신규 프로젝트로 발표되는 만큼 향후 라이선싱 아웃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학회가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기술 도입을 원하는 제약사들에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공개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글로벌 검증대에 오른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젠도 AACR에서 신장암 치료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동물실험용 펙사벡(mJX-594)을 실험용 쥐에 투약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mJX-594은 특정 균주를 활용해 설치류에 대한 감염성이 없는 펙사벡이 쥐의 세포에도 감염될 수 있도록 만든 동물실험용 약물이다. 펙사벡은 암세포 및 종양 혈관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만든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다.

연구 결과 초록에 따르면 신장암을 유발한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이 면역관문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PD-1 억제제’, ‘CTLA-4 억제제’와 함께 쓰면 더 강력한 항암 면역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입증됐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번 전임상 연구결과를 통해 앞으로 진행되는 펙사벡과 여러 가지 면역관문억제제들과의 병용요법 임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이번 학회에 자사 파이프라인인 면역증진제 IL-7 임상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다. 연구 초록에 따르면 화학 항암제와의 병용으로 유의미한 생존율을 보였으며 향후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연구도 시사했다. 최근 비슷한 계열의 면역증진제를 개발하는 넥타(Nectar)는 올해 2월 글로벌 제약사인 BMS와 IL -2+ 면역항암제 병용 파이프라인에 대해 3조6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비춰볼 때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아직 글로벌 파트너가 정해지지 않은 제넥신의 경우 학회 발표 이후 라이선스 아웃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이 밖에도 바이오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은 현재 개발 중인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 치료제를 포스터 형태로 전문의와 다국적 제약사들에 공개할 예정이다. 공식행사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치엘비는 항암제 아파티닙의 병용 투여 가능성을 보여줄 계획이며 금속도금 전문기업 케이피엠테크의 자회사 에이비온도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가 변이된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항암제 신약 ‘ABN401’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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