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법 택한 이재용,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동

입력 2018-04-11 09:05 수정 2018-04-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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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간의 해외 출장길에서 귀국하자마자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SDI는 11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전량인 404만 주(2.11%)를 5599억 원에 매각 완료했다. 이로써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 7개 가운데 3개가 끊어지고, 4개만 남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따른 삼성물산 주식 전량 처분 시점을 4개월 앞두고 이뤄진 조치다. 이 부회장은 귀국 후 순환출자 해소를 서두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및 증권가에선 애초 삼성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유지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삼성은 그러나 기관투자자에게 파는 정공법을 택했다. 오너 일가 지배력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이거나, 타 계열사 및 공익재단이 매입하는 방식은 지배구조를 둘러싼 또 다른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자로서 지분 몇 퍼센트 늘리는 것보다 경영 능력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17.08)은 지배력 유지에 충분하다.

앞으로 삼성은 삼성전기(2.61%)와 삼성화재(1.37%)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도 처분해 순환 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낼 계획이다. 이 역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한다면, 남은 이슈는 금산분리(삼성생명·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 처리)다. 순환출자 해소와 달리 20조 원에 가까운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아직 고민거리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사 오는 방안이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43.4%다. 전날 종가 기준 16조7500억 원에 달한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성이)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 각 계열사 이사회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여러 노력을 했고 최근에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삼성그룹도 조만간 비가역적(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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