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힘입어 동남아 시장 영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이,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
업계 2위 한화생명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한화생명이 2009년 진출한 베트남 시장의 경우 지분 100%를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사례다. 국내 생보사 중 처음이다. 베트남 법인의 경우 점포수와 설계사 수를 점차 늘려가면서 현지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진출 7년 만인 2016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생명은 2012년 말 물티코를 인수하며 생보사 중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발을 들였다. 진출 5년간 적자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작년 3분기까지 당기순손실이 1년 전보다 47억 원 줄어드는 등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생보사 중 가장 최근에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7월 베트남 프레보아생명 지분 50%를 인수했다. 5년간 프레보아와 함께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 미래에셋생명은 법인 설립이 아니라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빠르게 현지 영업의 노하우를 익힐 계획이다.
생보사들은 해외에서도 국내와 같이 현지인 대상 영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현지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업망을 탄탄히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익성을 내기에는 좀처럼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손보사, 현지 진출 한국기업 영업 = 반면 해외 시장에 진출한 손보사들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이는 생보사의 전략과 반대로 해외 시장에서 이른 시일 내 수익을 낼 수도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현지화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삼성화재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시장에 진출해 있다. 가장 처음 진출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1996년 삼성화재는 인도네시아법인을 설립했다. 오래된 만큼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7년 인도네시아법인의 순이익은 25억 원으로 2016년 42억 원보다 40.5%가량 감소했다. 최근 3년 중 최저치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는 2002년 현지 국영재보험사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삼성비나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얻은 영업수익은 1113억 원에 달한다. 특히 삼성화재는 작년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손해보험사 ‘PJICO’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말에는 싱가포르 재보험사 삼성리를 설립해 아시아 지역의 적하·재물 등 물건을 인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리의 실적은 최근 악화하고 있다. 2015년 79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2016년 55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7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DB손보는 2015년에 베트남 손보사 PTI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PTI의 당기순이익은 74억 원으로 25% 증가했다. DB손보는 PTI를 중심으로 주변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보험 시장에 발을 넓히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미 라오스에는 PTI의 자회사인 손보사 란셍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는 현지사무소를 운영해 시장을 살피고 있다.
현대해상은 2011년 코스모스서비스와 함께 합작법인으로 재보험사 코스모스리스크솔루션을 설립해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에는 ‘코스모스리스크솔루션’의 지분 51%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싱가포르 재보험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 밖에도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두고 현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KB손보도 1997년 인도네시아 보험사와 합작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언더라이팅 강화를 통해 한국계 물건의 수익성을 높이고 다양한 채널을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잇따라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동남아 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