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 ‘평생직장’ 신화 스스로 깼다...작년 이직자 311만 명

입력 2018-04-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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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이직자 7년 연속 증가…인력난에 채용 경쟁 심화로 평생직장에 대한 집착 줄어

‘평생직장’이 당연했던 일본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직장인 스스로가 이런 신화를 깨뜨리고 있다. 높은 연봉과 적은 근로시간, 일과 생활의 균형 등 다양한 이유로 직장을 바꾸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일본 기업들은 평생 고용 체재를 자랑했다. 대기업 대부분은 매년 봄 신입사원을 선발하면 심각한 사업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은퇴 시기까지 고용을 보장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니와 혼다자동차, 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도 일평생 한 회사에서 근무한 사례가 많다.

이런 일본에서 최근 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자리를 옮긴 직장인은 7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311만 명을 기록했다. 2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1.58배로,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실업률은 2.5%에 불과했다. 일본 경제는 8분기 연속 성장하고 있는데 인구 감소로 기업들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에 근로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직장인들이 이직을 더는 꺼리지 않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취직정보사이트 리쿠르트커리어에 따르면 올해 이직자의 29.7%는 이전 직장보다 급여가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원하는 기업은 이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외국 기업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WSJ는 전했다. 새로운 인재가 파괴적인 변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일본 패션사이트 조조타운은 최근 7명의 ‘천재’를 고용할 것이라며 이들에 100만 달러(약 10억6970만 원) 연봉을 지급하겠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이 회사는 수십 건의 채용신청을 받았다. 가나야마 유키 조조타운 기술부 책임자는 “IT 업계에서는 한 사람이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구글이나 애플 같은 외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재능있는 사람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력직 직원의 이직을 꺼리는 기업도 많다. 오가키쿄리츠은행(OKB)은 지난해 대학졸업자 177명을 신입사원으로 고용했으나 경력직 채용은 2명에 그쳤다. OKB 대변인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OKB의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광범위한 훈련을 제공하는 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직자는 여전히 일본 전체 직장인의 5% 미만이며 2016년 기준 일본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12년으로 영국의 8.6년, 미국 4.2년보다 길었다. 간바야시 료 히토츠바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20년 동안 계속 일하면 급여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직장을 바꿀 동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평생직장은 고용을 보장하고 장기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생산성을 저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를 유발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에비 스미요 JAC리쿠르트먼트 수석 컨설턴트는 “평생 고용 시스템의 신화는 사람들이 다양한 위기를 목격한 후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일본 기업에서 이직을 경험한 특허 전문가 요코 브라운은 “직장을 옮기기 전에는 평일에도 오후 9시까지 근무했으나 지금은 딸과 베이킹을 즐길 시간이 더 많아졌다면서 “나는 경험을 통해 회사가 평생 동안 당신을 돌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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