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김영주, 삼성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놓고 시각차

입력 2018-04-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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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반도체전문위원회서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정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백 장관은 12일 삼성전자가 산업부에 확인을 요청한 자사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국가 핵심기술 여부에 대해 “피해자가 있는 사안이고 균형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공정이 담긴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한 데 대해 산업 주무 부처 수장인 백 장관이 신중론을 편 것이다.

백 장관은 이날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공공정보인지 16일 반도체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전문가 위원들이 판정하게 하겠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위는 반도체 관련 교수 14~15명으로 구성되며,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백 장관은 이날 오전 한·중 차세대리더포럼 조찬 강연에서도 “반도체 생산시설 배치 등 핵심 기술 공개를 피해야 한다”며 “반도체 생산 공정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에 대한 삼성이나 SK 등의 걱정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충남 온양의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보고서 내용이 국가 핵심 기술인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는 사업장에서 6개월마다 작성해 고용부에 제출하는 자료로 근로자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 노출 정도, 사용 빈도 등의 측정 결과가 담긴다. 국가 핵심 기술이라는 판정이 나올 경우 “보고서를 공개해선 안 된다”는 삼성전자 측 주장이 탄력을 받게 된다. 삼성이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 피해자 등이 고용부를 상대로 작업환경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제기하자 공개를 막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노조 출신인 김영주 장관이 진두지휘하는 고용부는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밀어붙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산업부에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내용이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부처 간 소관 업무가 다르므로 견해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엇박자’라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기업들은 이러한 부처 간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는 정부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영업기밀 유출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의 다른 업체들도 유사 사례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정부가 공개하라고 요구한 내용에는 라인별 근로자 수, 공정 배치 순서, 사용한 화학물질의 종류와 제조사명 등이 포함됐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핵심적인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또 삼성 계열사들에 제조 정보 공개 명령이 내려지면 다른 기업도 공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동종업계 기업들도 모두 제조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어 산재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이 관련 업계의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 기술격차를 줄인다면 한국 업체들에는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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