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통신비 인하’ 압박에 ‘사면초가’ 이통사

입력 2018-04-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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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통사 원가 공개’ 판결…정부 보편요금제 도입·제4이동통신 움직임에 업계 “年매출 수조 원대 급감할 것”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통신요금 원가 정보 공개가 결정되면서 이동통신업계가 잇단 악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요금 투명성을 위한 대법원의 판결이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시장 자율성을 훼손하고 통신비 인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통신업계는 보편요금제 도입, 케이블TV업계의 제4이동통신 진출 가능성 등 악재가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12일 대법원은 이통사의 통신요금 산정과 관련해 사업비용과 일부 투자보수 산정 근거자료 등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011년 참여연대가 “통신 서비스는 국민의 생활 필수재이므로 원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소송을 낸 지 7년 만이다.

이날 판결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이통 요금 원가와 관련한 주요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공개 범위는 2005년부터 2011년 5월 5일까지 2세대·3세대(2G·3G) 서비스 관련 영업통계,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역무별 영업외 손익명세서, 영업 통계명세서다. 인건비, 접대비, 유류비 등 세부 항목 일부는 영업전략상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검토 작업을 거쳐 공개 대상이 된 이동통신 영업보고서와 이동통신 요금신고·인가 관련 자료를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공개할 예정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영업 전략이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던 통신비 산정 자료를 영업을 침해하지 않는 한 언제든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LTE, 5G 등의 통신요금 원가 추가 공개 등 통신비 인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원가로 통신요금 적정성을 판단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신요금의 원가를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을 볼 때 기업의 영업 비밀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보편요금제 도입, 기본료 폐지 등 요금 인하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최근 이통사의 자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비 인하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이슈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택약정할인율 5%포인트 인상,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에 이어 올해는 고령층 1만1000원 통신비 추가 할인, 보편요금제(2만 원·음성 200분·데이터 1GB) 도입이 유력하다.

규제개혁위원회는 27일을 전후해 보편요금제를 심사할 계획으로, 과기정통부와 최종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6월 국회에 보편요금제 도입안을 제출하고 9월 정기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연내 시행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 3사의 매출은 연간 2조2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의 제4이동통신 진출 선언도 이통업계로서는 부담이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전날 제주도 부영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4이통 사업자 선정에 참여해 경쟁 체제가 구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원가 인하를 통한 보편적 요금제 실현을 약속했다. 현장에 있던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제4이통이 출범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요금 원가 공개, 보편요금제 도입, 제4이통 진출 선언 등은 모두 통신비를 인하하라는 압박”이라며 “약정 요금제 개편, 로밍요금 초 단위 과금, 마일리지로 통신비 인하 등 자체적 인하 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일방적 통신비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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