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분기에 한번 정도 있던 박 시장의 언론 설명회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들어 4월 현재까지 8번으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이해할 수 있다. 선거에서의 승리는 정치인이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발표가 담은 내용의 질에 있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발표들을 듣다보면 ‘이미 나왔던 것들과 너무 비슷한데?’ 라거나 ‘임기말에 이렇게까지 바꿔도 되나?’ 싶은 내용들이 많다.
1월 31일 박 시장이 발표한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에 나온 ‘2030 서울플랜’과 내용이 비슷한게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다. 박 시장은 당시 2030서울플랜에서 발표된 장기플랜이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내용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지난번 발표한 대형 계획을 세부적으로 다시 발표했다는 건데, 원래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않는 법이다.
3월 27일과 4월 3일에는 각각 세운상가의 ‘다시세운프로젝트 2단계’ 발표와 ‘용산전자상가 Y-밸리 혁신플랫폼’ 발표가 있었다. 활력을 잃어가는 낡은 상가를 재생한다는 당초 취지는 높이 살만하지만 두 사업의 내용이 상당히 비슷하다.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청년 창업자들이 한데 모여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을 조성하는 도시 재생 사업’이라고 축약하면 둘 중 어느 사업을 지칭한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급작스런 변혁이다. 이달 10일 박 시장은 세종대로의 차로를 절반으로 줄이고 남는 공간 등을 활용해 광화문광장을 3.7배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회로를 확보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안그래도 체증문제가 있는 세종대로를 절반으로 줄이는 정책에 대해 벌써 시민들로부터 교통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의 서울로 7017의 개장으로 서울역 고가가 폐쇄되며 교통체증이 문제가 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고, 당시의 문제 역시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다.
최근에 서울 곳곳에서 재정비촉진사업지구, 이른바 뉴타운들이 해제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 중 한 원인은 전후사정의 고려보다 지지도를 우선으로 생각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의 뉴타운 지정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복구를 위해 정책이 뒤바뀌면 그 비용은 당연히 시민들이 같이 부담하게 된다. 35~36대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의 평가는 지금 변곡점에 와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