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압박…환율주권 논란 가열

입력 2018-04-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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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권고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조만간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권고에 따른 정책적 변화라는 점에서 환율 주권 침해 논란은 가열된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는 13일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Foreign Exchange Policies of Major Trading Partners of the United States)를 통해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왔다. 이번에도 대미(對美) 무역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요건은 충족했지만, GDP 대비 외환시장 순매수 2% 초과 요건은 0.6% 수준으로 미충족했다. 당초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전쟁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우려도 제기됐지만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미국이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를 권고해 또 다른 불씨를 지폈다. 보고서는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며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수출제품 가격을 떨어뜨려 미국 시장을 잠식한 반면 미국 기업이 한국에 수출한 제품 가격은 비싸졌다고 보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의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만 내용 공개를 통해 환율 주권을 사실상 빼앗길 경우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높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당장 정부의 시장 개입이 느슨해지자 바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수출 기업들에는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원화가치가 10% 상승하면 수출 물량이 0.12%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시장 불안정성도 커질 우려가 있다. 정부도 그동안 이런 이유로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가 환율 주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미국을 방문해 므누신 미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과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범위와 방식 등을 최종 조율해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주기는 최대한 길게 두고 내용도 매수 및 매도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것보다 순매수액만 공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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