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준이치 사무차관의 성희롱 문제를 두고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무성이 모리토모 사학 재단 스캔들로 인해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사무차관에 재무성의 지휘를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여긴 것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동의를 받으면 후임 차관 인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아베 내각은 모리모토 사학 재단 스캔들에 이어 성희롱 파문까지 덮치자 부담감이 커진 모양새다. 모리토모 사학 재단 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을 지냈던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했는데, 그 과정에 아키에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달 12일 재무성은 과거 국회에 제출한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과 관련된 문서가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일로 인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14%포인트 급락하는 등 일본 정부는 강한 비난 여론에 맞닥뜨렸다.
재무성이 최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지난 12일 데일리신조는 후쿠다 사무차관이 여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남자 친구가 있느냐?”, “키스해도 되느냐?”,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성희롱 발언 보도 직후 아소 부총리는 “사실관계 확인과 징계 처분을 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해 한발 물러섰다. 그는 13일 “주간지 기사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다”라면서도 “만약 의혹이 사실일 경우 아웃”이라고 말했다.
후쿠다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 “여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상대가 불쾌하게 느낄만한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다”라며 사퇴설을 부정했다. 재무성은 “외부 변호사를 선임해 명예훼손에 법적 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