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유류분 폐지론에 대해

입력 2018-04-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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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이란 부모님에게 재산을 못받은 상속인들이 받은 상속인들에게 일정 비율만큼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재산 전부인 10억 원을 돌아가시기 직전 형에게 주었고, 상속인으로는 형과 동생 두 명만 있는 경우에 아버지에게 아무런 재산을 받지 못한 동생은 형에게 법정상속분의 절반인 2억5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유류분은 1977년 우리나라 민법에 처음 등장했다. 상속인 중 일부에게만 재산을 줄 경우 재산을 받지 못한 다른 상속인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상속인 보호 차원에서 도입됐다. 많은 국가들이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은 유류분 제도가 없다고 알려졌다. 유류분은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처분할 자유를 제약하는 제도다. 일부러 재산을 주지 않은 불효했던 자식도 재산 중 일부를 가져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류분으로 인한 법적 분쟁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2005년과 비교하여 2015년에 유류분 소송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유류분 소송이 일어나는 몇 가지 전형적인 사례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부모님이 아들에게만 재산을 전부 주고, 딸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경우다. 혼외자가 있는 경우에도 유류분 소송이 많이 일어난다. 부모님에게 재산을 받은 자식들은 성장 과정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는 등 혜택을 받고, 그렇지 못한 자식들 차별적 취급을 받으며 자라는데 이 경우 상속 재산 분배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유류분을 통해 최소한의 재산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유류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지금의 제도는 너무 경직되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녀가 오랜 기간 부모를 방임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했어도 유류분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최소한의 유대관계가 있었는지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유류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은 수명이 늘어 부모가 사망할 무렵에는 자식들도 장성하여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별로 없으므로 배우자에게 재산을 증여했다면 자식들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지금 유류분 제도는 10년 전, 20년 전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데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상속 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모든 자식들의 법정상속분이 동일하지만, 예전 우리 민법은 장남, 결혼한 딸, 결혼하지 않은 딸의 법정상속분을 다르게 정하고 있었고, 장남이 가장 많은 재산을 받도록 했다.

필자의 생각에 유류분 소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 제도가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제도에 의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므로 유류분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필자의 실무 경험으로는 법원이 다양한 법리를 통해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새로운 보완 규정을 만들어 제도를 복잡하게 하는 것보다는 법원의 합리성을 신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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