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자금 1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경환(63) 자유한국당 의원 첫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병기(71) 전 국정원장이 "뇌물이 아니라 격려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16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최 의원은 감색 정장에 푸른색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검찰에 출석할 때와 달리 야위었고 듬성듬성 보이는 흰머리가 눈에 띄었다. 입을 굳게 다문 최 의원은 피고인석에 앉은 후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최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원장은 정돈된 머리에 푸른색 수의 차림이었다.
이 전 원장은 “남재준 원장 시절은 댓글 사건, NLL 대화록 공개 사건,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 등 때문에 야당에서 국정원 예산을 줄이라고 난리가 났었는데 (국정원장 취임 후)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며 “일을 제대로 하려니 예산이 있어야 해서 대단히 심각한 게 아니고 예산 잘 해달라.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최 의원에게)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과 한 차례 전화통화 후 국정원 예산이 전년보다 늘어나자 이헌수 당시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1억 원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는 “고생한 분 격려해 달라 그런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예산이 통과된 날 기재부에 직원들 고생했다는 의미로 피자 350판을 보냈다”며 “특수활동비가 조금 여유 있는 국정원이 직원들 격려해달라고 국정원에서 기재부로 보낸 것이지 이병기가 최경환에게 뇌물 보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최 의원에게) 미안하지만 후원금 10만 원도 안 줬다”며 개인적으로 돈이 오갈 사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을 믿었다”며 “기조실장이 기재부총리에게 가져다준 돈을 슬쩍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최 의원은 국정원 예산 증액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당시 이헌수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이 전 원장으로부터 총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과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 사건 등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실장이 관용차로 정부서울청사 최 의원 집무실을 방문해 현금 1억 원을 전달했고, 최 의원은 이 전 실장에게 "원장님께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국정원 불출석 내역서와 이 전 원장과 최 의원의 통화 사실 등으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최 의원은 검찰 수사에서 혐의를 줄곧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국정원 기조실장 1호차가 정부청사를 출입한 내역 △최 의원 보좌진들과 이 전 기조실장의 면담 관련 문자 △이 전 원장과 이 전 실장의 일관된 진술 등을 통해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해 지난 1월 구속상태로 재판에 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