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은 세이프가드와 관세 등 맞불작전을 펼치며 보호무역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3일(현지시간)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목 1300여종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중국은 미국산 106개 품목에 대해 관세 25% 부과 계획을 밝히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후 미국은 중국에 대한 1000억달러 상당의 추가 관세 검토를 지시한 상황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주력 수출 품목인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은 목록에서 빠졌지만 삼성·LG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40인치대 LCD TV는 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두 업체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40인치대 LCD TV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는 휴대전화 등 일부 소비재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추가 관세 규모를 고려하면 이번에는 소비재가 포함될 것으로 분석돼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은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가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일연합의 인수자금 중 30~40%가 미국 배인캐피털 등 미국 업체들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SK하이닉스가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패권 다툼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부총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전쟁, 대안은 있는가’ 세미나에서 “이번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과 대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4.8%, 대미 수출비중은 11.9%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국가 등과의 다자간 협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경수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중일 3국이 각자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옮겨갈 경우 한국의 GDP는 약 2.3%포인트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아세안+3(한중일)에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경제협력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신남방 정책과 부합한다”며 “아세안을 활용한 동아시아 경제통합이 현 무역전쟁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