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아베 정권은 과연 이번 위기를 넘어갈 수 있을까?

입력 2018-04-17 10:27 수정 2018-04-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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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아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국회 앞에 모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시위는 아베 총리가 관계된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 학원 문제를 철저하게 추궁하라고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의 호소로 시작되었다. 국회 앞에는 함성을 지르는 많은 시민이 몰려들었고, 주최 측은 오후 3시 시점에 약 3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규제선을 넘어서 보도로부터 차도로 넘쳐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총리가 거짓말을 해 많이 화가 났다. 이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왔다”, “발언에 책임성이 없다. 아베 정권은 믿을 수 없는 정권이다” 등등 아베 내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시위 때 경찰과의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부상자는 없었고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자가 한 명 나왔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약 5만 명이 집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반정부 시위는 일본에서 최근 몇 년간 없었다. 저녁이 되자 일부 참가자들은 한국의 촛불시위를 모방하여 촛불을 손에 들고 시위를 계속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이유는 아베 총리의 스캔들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 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을 위해 학원이 소재한 에히메(愛媛) 현이 작성한 문서에서 “본건은 총리 안건”이라는 기록이 발견됐다. 이것이 새로운 불씨가 되었다. 에히메 현 직원들이 2015년 4월 아베 총리 비서관과 면담했고, 그때 비서관이 “본건은 총리 안건”이라고 한 발언이 기록된 것이다.

문서에 이름이 적힌 총리 비서관은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씨이고, 현재 그는 경제산업 심의관이다. 그는 10일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고, 다른 정부 관계자들도 “에히메 현 측에서 잘못 기록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일본 국회에서는 야나세 전 비서관의 “총리 안건” 발언이 사실인지를 놓고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이 문제에 관해 아베 총리는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나, 많은 국민이 아베 총리의 말을 믿지 않고 있다.

에히메 현은 ‘국가전략특구’라는 제도를 활용해 수의대를 신설하려고 해왔다. 국가전략특구라는 제도 자체에 아베 총리가 공을 들였기 때문에 “총리 안건”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하는 정부 관계자도 있다.

어쨌든 야권은 아베 총리를 추궁하는 자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미 야당 측은 이 문제로 총리를 추궁하기도 했다.

야당 측의 주장은 야나세 전 비서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수의대를 신설하겠다는 얘기는 아베 총리가 직권을 남용해서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데 있다. 야당 측은 모리토모 학원의 부지 구입과 관련해 재무성 결재 문서가 조작된 문제, 그리고 자위대의 일보가 은폐된 문제와 함께 이번에 불거진 가케 학원의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등 아베 내각을 추궁하려는 자세다.

13~15일 일본 NNN방송이 전국 유권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39.5%)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26.7%로,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스캔들에 아베 총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가 가장 높은 34.8%,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가 31.7%의 응답률을 각각 기록했다.

‘다음 자민당 총재에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는 질문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의원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처음으로 추월해 1위가 됐다. 때마침 고이즈미 전 총리는 언론에 “아베 총리의 3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 일본 정계에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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