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1~3월 GDP가 전년 동기보다 6.8% 늘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목표한 6.5%를 넘어섰으나 지난해 4분기 6.8%에 이어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프라 건설 등 투자가 부진하고 금융 감독 강화로 부동산 판매가 부진해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 소비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수출이 증가했으나 장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 정부가 발표한 주요 경제 통계를 보면 아파트와 공장 등 고정자산 투자는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늘었다. 증가율은 전년 동기의 9.2%보다 떨어졌다. 도로와 공항 등 인프라 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 23.5%에서 13%로 크게 축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부동산 판매도 부진했다. 1분기 부동산 매매 면적은 전년 동기보다 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증가율 19.5%에서 대폭 낮아진 것이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거품을 억제하기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했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UBS는 제조업에 대한 투자와 견고한 소비, 강력한 외부 수요가 충격을 완화하겠지만 올해 하반기 부동산과 인프라 활동은 약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성장을 뒷받침한 개인 소비도 예전만큼 강세를 보이지는 못했다. 백화점, 슈퍼마켓, 인터넷 판매 등을 합한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9.8% 늘었다. 다만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시기의 10.0%보다 소폭 하락했다. 데이비드 페르난데즈 바클레이스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내수는 강하지만 성장세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은 순조로웠다. 달러 기준 수출액은 14% 증가했다. 전년 동기 증가율 8%에 비해 성장폭이 확대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강세에 힘입은 덕분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지 불투명하다. 3월만 보면 미국과의 마찰로 수출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기조 변화도 둔화를 유발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 지도부는 성장의 양보다 질을 중시해왔다. 인프라 투자로 인한 성장보다 환경오염과 빈부격차 억제에 중점을 뒀다. 중국 당국이 환경오염을 단속하기 시작하자 3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6.0%로 1~2월의 7.2%보다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꾸준한 성장세가 시 주석의 목표 달성을 지원할 것이라 전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전쟁이 올해 경제 성장에 역풍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중국 지도부가 성장세를 무리하게 유지하지 않으면서 완만한 감속을 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무역 마찰로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이 감소하면 예상치 못한 추락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롭 서브바라먼 노무라홀딩스 싱가포르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중국 경제 성장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필요한 조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