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영국 정부가 이날 서방국가의 인터넷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경고하는 공동 발표문을 냈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몇 달간 러시아 정부가 전력망과 은행, 병원,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 등의 시설을 손상하려 한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민간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 발표문에는 암호와 보안 장치 관리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지넷 맨프라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러시아 정부가 이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다”라며 “우리는 크렘린궁에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의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우터를 소유하게 되면 이를 통과하는 모든 트래픽을 가지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스파이 활동과 지식 재산 유출을 목적으로 라우터와 방화벽을 포함한 네트워크 통제권을 장악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라우터란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그러나 맨프라 차관보는 관계자들이 아직 사이버 공격의 전체적인 범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키아란 마틴 영국 국립사이버보안센터(NCSC)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무수한 기기가 표적이 됐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경고는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정부 주도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경계 태세”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 발표문은 지난 주말 미국이 시리아에 공습을 감행한 이후 러시아와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하지만 롭 조이스 백악관 사이버 안보 책임자는 이날 경고는 제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국가들이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지목한 것을 부인했다. 영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양국 정부의 비난과 추측이 무모하고 도발적이며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영국에 대해 어떠한 사이버 공격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며 “영국 정부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