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검찰 변화에 거는 기대

입력 2018-04-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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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검찰이 이달부터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외부의 조언을 받는다. 사건 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결정과정 기록화’도 시작했다. 절대 권력으로 익히 알려진 검찰이 내·외부의 견제 장치를 한꺼번에 가동하는 셈이다.

이달 5일 첫 회의를 연 수사심의위원회는 굵직한 2개의 사건을 심의해 의결했다. 수사심의위는 변호사, 교수,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외부위원 25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인 양창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심의 안건이 있을 때마다 심의위원 중 15명 내외가 무작위로 선정돼 활동한다.

수사심의위는 첫 번째 안건으로 2015년 4월, 2016년 7월 두 차례의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불법 파업 사건을 다뤘다. 기아차 노조는 2015년 사측과 통상임금 협상 결렬, 2016년 현대·기아차그룹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공동교섭 요구 거부 등을 이유로 각각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주장했지만, 노조는 사전 예고된 파업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경찰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3년 동안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수사심의위는 첫 회의에서 “기아차 노조의 불법 파업 혐의는 인정하나, 기소유예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혐의는 있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말고 사건을 종결하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이달 17일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5년, 2016년 파업 피의자 14명 전원을 기소유예, 사망자 1명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3년간 고민했던 사건을 수사심의위 의견 후 보름 만에 결론지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두 번째 심의 사건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검찰은 지난주 수사심의위가 후배 여검사 성추행과 인사보복에 관여한 의혹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 구속기소 의견을 내자 사흘 후인 이달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2월 1일 출범한 지 75일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내린 결정이다. 수사심의위를 등에 업은 검찰은 안 전 검사장의 사법 처리를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의견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증거나 근거에 입각하지 않고 여론에 좌우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면 이른바 여론 재판의 안 좋은 면이 두드러질 수 있다.

의사결정과정 기록화는 수사 검사와 부장검사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 기록으로 남기라는 것인데, 상명하복이 뚜렷한 검찰 조직에 다소 어색한 시도일 수 있다. 그러나 투명하고 공정한 사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검찰 내부에서 감지된다. 만약 의사결정과정 기록화가 조기에 시행돼 정착했다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사심의위원회나 의사결정과정 기록화가 모두 문무일 검찰총장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고검장 시절인 2016년 대검찰청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으면서 총의를 모았던 여러 과제를 검찰총장이 된 이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수뇌부의 의지만큼 중요한 것이 구성원들의 참여의식이다. 급진적인 변화는 오히려 조직을 움츠리게 할 수 있다. 이제 검찰은 국민적인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하겠다는 검찰 개혁이 요란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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