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CNBC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가 사우디의 공공투자펀드(PIF)와 함께 영화관을 열고 영화 블랙팬서를 상영했다. 미국 영화관 체인 AMC는 전 세계에서 1000개 극장, 1만1000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AMC의 아담 애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산업과 사우디 모두에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며 “AMC는 2주 전에 사우디에서 영화관을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받았으며 오늘 밤 영화관 문을 연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사우디 왕국이 영화 상영 금지령을 영원히 해제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AMC는 향후 5년간 사우디 15개 도시에서 최대 40개의 영화관을 열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사우디 내 약 25개 도시에서 50~100개의 영화관을 개장하는 포부를 안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350개의 영화관과 2500개 이상의 스크린이 들어서기를 희망하고 있다. 애런 CEO는 “사우디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할 것이며 사우디에 40개의 극장을 설립하면 전체 AMC 수익에서 5~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는 인구 3200만 명의 나라로 30세 이하 인구 비중이 높아 서구의 미디어와 문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다. 애런 CEO는 “우리는 사우디 국민이 큰 화면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본다”며 “사우디 사람들은 영화를 좋아함에도 집에서 보거나 해외에서 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 극장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에 영향을 받아 사우디에서도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 때문에 1980년 초부터 상업 용도의 극장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성직자들의 주장으로 폐쇄됐다.
이달 초 사우디는 35년 만에 상업 영화관 금지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상업 영화 상영은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경제·사회 개혁의 연장선이다. 2016년 살만 왕세자가 내놓은 ‘비전 2030’의 내용 중 하나라는 의미다. 현재 사우디 가구가 지출하는 여가·문화 활동 비용은 전체 지출에서 2.9%를 차지한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이 6%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