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WTO에 철강 관세 미국 제소…양자협의 요청서 제출

오베치코 주WTO 러시아 대표 “무역전쟁 아냐…다른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일 뿐”

▲WTO 직원들이 12일(현지시간) 2017~18 세계 무역 전망 발표 기자회견을 앞두고 본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19일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와 관련해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제네바/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인도에 이어 러시아도 미국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가 분쟁해결절차(DSU) 4조에 따른 양자 협의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양자 협의는 WTO의 분쟁 개입 전 당사국이 최대 60일간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공식적인 무역 분쟁 개시를 의미한다. 게나디 오베치코 WTO 주재 러시아 대표는 “우리는 WTO에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라며 “이는 무역 전쟁이 아닌, 다른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라고 밝혔다.

WTO에 따르면 러시아는 양자 협의 요청서에서 “미국이 실시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정책은 사실상 세이프가드 발동과 마찬가지”라며 세이프가드 발동이 아니라는 미국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최대한 빨리 협의를 시작하길 바란다”라며 “미국 정부가 회담 장소와 날짜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주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WTO 대표단 관계자는 “러시아가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제외한 다른 러시아산 제품의 관세 인하 등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라며 “만약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WTO에 양자 협의를 요청한 것이 반드시 보복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라며 “WTO 규정에 맞는 대응 조치를 찾는 것이 제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 10일, EU와 인도는 17일에 양자합의 요청서를 제출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