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해 방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22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가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베이징에서 중국과 직접 협상할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므누신 재무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봄철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중을 고려 중”이라며 “무역 분쟁을 완화할 수 있는 중국과의 합의에 신중하면서도 낙관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는 무역 전쟁을 협상하기 위해 중국 방문을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방중 시점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므누신의 대변인은 IMF·WB 춘계회의에서 므누신 장관이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났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도 므누신은 이강 총재에게 방중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움직임에 미·중 무역 갈등이 교착상태에서 해빙 분위기로 넘어갈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동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오랫동안 중국의 무역 관행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대중 강경파다.
다만 기술 부문을 둘러싼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의 갈등은 무역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최근 이란과 북한 등에 부품을 공급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했다. 이 발표가 난 직후 중국 상무부는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에 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퀄컴의 NXP 인수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 양국 모두 상처를 입을 수 있지만, 특히 ZTE에 대한 미국의 철퇴에 중국에서는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국영자산감독관리위원회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왕장은 미국이 ZTE에 가한 조치가 중국의 3대 통신 사업자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왕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ZTE에 취한 조치는 많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제재는 매우 어리석게 보인다”며 “미국 행정부로부터 중국 기업을 보호하는 비상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ZTE는 성명에서 미 상무부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USTR에 중국산 수입품에 1000억 달러(약 107조500억 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지 기업 소식통에 따르면 USTR는 추가 관세 부과 품목을 선정을 거의 완료했다. 그러나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 발표를 미루는 가운데 므누신 방중으로 중국에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중국의 대북 제재를 독려하려는 방편이라는 관측도 있다. 므누신 장관은 21일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중국이 대북제재에 있어 매우 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 관세 부과 카드를 다시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고 WSJ는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양분돼 있다는 점도 난제다. 므누신 장관은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최근 취임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대중 강경파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