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보험사 알리안츠생명의 파업이 결국 100여명의 지점장들을 집단 해고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회사 노조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지점장들의 노조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겠다며 구제 소송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28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지점장 106명을 해고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들은 인사위에 출석하라는 사측의 통보를 받고도 출석하지 않은 채 파업 현장에 남은 지점장들이다.
인사위는 27∼28일 사측이 제시한 복귀 시한(24일 오전 9시)까지 돌아오지 않은 지점장 160명을 심의해 뒤늦게라도 돌아온 54명은 경고 등 경징계를 내려 구제했다.
106명은 계약직 형태(사업가형)의 지점장 18명을 뺀 전체 지점장 267명 중 40%에 달하는 규모로 관련업계에서 파업으로 인해 100명 이상이 대량 해직되는 사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사측은 인사위 결정이 바뀔 확률은 희박하지만 다음달 1일 열리는 경영위원회 전에 복귀하면 관용을 베푼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지점장의 파업 참여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기존 호봉급 임금 체계를 연봉급으로 전환하면서 노조나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이 이번 파업의 원인"이라며 "지점장들의 파업 참여는 자위권 행사이며 형법상 무죄인 `긴급 피난'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알리안츠생명의 파업 및 대량해고 사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대형 파업사태로 정부의 노동정책의 향방을 알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불법파업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한 데다 유례없는 대규모 해고로 인해 노동계 춘투와 맞물려 노동운동이 더욱 강경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정부는 일단 이 문제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며 '불개입'을 천명한 상태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이 될지는 미지수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제는 당초 노조와의 합의 없이 도입된 만큼 당연히 불법이고 철회되어야 한다"며 "지점장의 파업 참여를 합법적 활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