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미국·중국 기술전쟁에 ‘등 터진 새우 신세’…사업 확대 야망 타격

입력 2018-04-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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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스마트폰 전용 OS‘안드로이드 고’전개에 차질…중국 스마트폰 업체 지원 없으면 사업 전망 불투명

▲중국 ZTE의 주요국 스마트폰 매출. 기준 2017년. 단위 100만 달러. 위에서부터 미국/중국/멕시코/러시아/콜롬비아. 출처 WSJ
▲중국 ZTE의 주요국 스마트폰 매출. 기준 2017년. 단위 100만 달러. 위에서부터 미국/중국/멕시코/러시아/콜롬비아. 출처 WSJ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초점이 기술로 옮겨가면서 구글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신세가 될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IT 기업의 기술을 빼내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관행에 제동을 건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발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 기술전쟁에 구글의 사업 확대 야망이 막대한 타격을 보게 됐다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구글 경영진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 ZTE의 ‘템포고(Tempo Go)’ 선전에 나섰다.

템포고는 미국시장을 겨냥한 저가 스마트폰이며 세계 최초로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고’를 탑재한 제품이다. 안드로이드 고는 신흥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가 스마트폰에서 각종 앱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구글의 최신 OS다. 지난달 말 정식 출시된 80달러(약 8만5500원) 가격의 템포고에는 안드로이드 고는 물론 이에 맞게 설계된 구글지도와 지메일 등 구글의 인기 있는 모바일 앱이 포함됐다. 사용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앱을 실행할 수 있으며 앱이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공간도 줄어들었다.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안드로이드 고를 통해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넓히려던 구글의 계획이 예기치 못한 도전을 받게 됐다. 미국 정부가 ZTE에 대해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동안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있었는데 이런 관계가 불확실해진 것이다. 전 세계 모바일 OS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8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구글은 OS 자체를 제조업체들에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앱스토어 매출과 안드로이드 앱 내 광고, 데이터 수집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아직 구글은 중국에서 안드로이드를 통한 수익 창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은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86%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구글 서비스 대부분은 현지에서 금지된 상태다. 이에 중국 소비자들은 바이두와 텐센트 등 자국 IT 기업의 앱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생산물량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인도와 미국 등에 저가 스마트폰을 활발히 수출하면서 안드로이드를 탄탄하게 뒷받침했기 때문. 미국에서도 저가 스마트폰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카운터포인트의 닐 샤 애널리스트는 “미국 소비자의 약 4분의 1이 100달러 미만의 저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검색광고와 앱 판매 수수료 등 모바일 부문 매출은 338억 달러로, 회사 전체의 약 30% 비중을 차지했다고 추산했다.

ZTE는 미국 4위 스마트폰 판매업체로,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더 많은 잠재고객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WSJ는 강조했다. ZTE의 지난해 미국시장 점유율은 11.2%로, 전년보다 두 배 확대됐다.

ZTE 이외 구글의 주요한 파트너인 다른 중국 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도 최근 미국 정부의 견제를 강하게 받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반발로 화웨이는 미국시장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대신 화웨이는 조만간 안드로이드 고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시하는 등 신흥국 시장에 더욱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의 모지아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항상 중국시장으로 복귀하기를 원했다”며 “무역전쟁이 계속되면서 중국과 미국 기술기업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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