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일본 ‘민박법’, 숙박업 장려하려다 에어비앤비 몰아낸다

입력 2018-04-2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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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이 개별 규제 강화해…에어비앤비 사업자들 아우성

▲일본 도쿄에서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관리하는 한 남성이 3월 12일(현지시간) 침구를 정리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관리하는 한 남성이 3월 12일(현지시간) 침구를 정리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서 숙박업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숙박사업법(민박법)이 에어비앤비를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숙박서비스를 허용하려 하지만 법의 허점으로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일본에서 새 민박법이 시행된다. 새 법에 따르면 숙박업을 하고 싶은 집주인은 누구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원래 일본에서는 민박 사업이 일부 허가된 지역에서만 가능했다. 그런데 2019 럭비월드컵과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숙박업을 활성화할 필요를 느껴 관련 법을 제정했다. 일본 정부는 새 민박법이 지하에 숨어 있는 숙박 산업을 양성화하고, 성수기 때 호텔 객실 부족난을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작년에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2870만 명이었으며 일본 정부는 2020년 기준으로 연 4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법이 숙박업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규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법은 단기 임대의 경우 1년간 영업 일수를 최대 180일로 제한하고 있다. 지자체가 규제를 강화해 영업 일수를 더 줄일 수도 있다. 민박 서비스를 규제하는 최종 권한을 지자체가 갖게 되면서 보안, 소음 등 임대업자가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더 엄격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임대업자는 숙박 시설을 지자체에 등록하는 동시에 화재 안전 점검을 받아야 하며 임대업자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도쿄의 쇼핑가로 유명한 긴자 근처 추오구는 낯선 사람들이 밤낮으로 주택가를 오가는 게 주민들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 평일에는 민박업을 금지했다. 해당 지역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한 슈퍼 호스트는 큰 좌절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며 “이번 규제로 나는 아파트를 파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어비앤비를 월세로 돌리면 지금 버는 수익의 3분의 1밖에 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의 시부야구도 아이들의 방학 기간에만 단기 숙박업을 허용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등하굣길에 낯선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자체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에어비앤비 15개를 관리하는 이나오카 야스히로 씨는 “개인이 단기 숙박업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격”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관광청 관계자인 다구치 소이치 씨는 “외국인이나 외지인이 위험할 것이라는 편견을 근거로 단기 임대업을 제한하는 것은 새 민박업이 만들어진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지자체들이 과도하게 규제를 하는 것이 법의 목적에 어긋난다면서도 규제 완화를 중앙정부가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일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박 시설은 약 6만2000개이다. 이는 관광 대국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각각 35만4400개, 49만 개 인 것과 비교하면 현격히 작은 규모다. 에어비앤비 본사는 일본에서 새 법이 시행되는 것을 지킬 것이라며 법에 어긋나는 숙박 시설은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숙박 목록에서 제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에어비앤비의 다나베 야스유키 매니저는 “우려는 되지만 일본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어서 단기적인 위축 이후 금방 현재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명확하게 법제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에어비앤비에 등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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