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삼성증권 사태…‘공감’이 먼저였다면

입력 2018-04-25 10:41 수정 2018-04-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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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6일 사고 당일 전량 매도자’, ‘6일 사고 당일 일부 매도자’, ‘6일 이후 일부 매도자’,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는 전액 보유자’, ‘대출까지 받아 주주가 된 보유자’….

삼성증권 사태로 인해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다양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증권 측은 이 중에서 ‘6일 사고 당일 매도자’에 한해서만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11일 삼성증권은 피해보상안을 밝히면서 “배당사고일(6일) 이외에 다음 거래일인 9일 이후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했거나 아직도 보유 중인 투자자들은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머지 상황에 부닥친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에서 보상 범위, 수준에 대한 충분한 토론 이후에 기준을 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 “삼성증권을 믿고 8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다가 배당사고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6일 이후 매도, 1억 원 이상을 손해 봤는데 왜 보상 대상에서 빠지느냐”, “삼성증권의 기업가치만 보고 신용 대출까지 해가며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하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등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은 “이미 피해자 보상 기준이 확정된 이상, 변경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며 피해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다수의 피해자가 삼성증권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그저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 착수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피해자들의 삼성증권 규탄 촛불집회까지 열리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호함을 보이던 삼성증권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23일 국회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한 정책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 외의 추가 보상안은 찾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더 좋은 보상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물론 앞서 언급된 상황에 처해 있는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별은 “소송이 가능하려면 투자 피해자의 손해 발생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현재 주식을 보유 중이거나 사건 발생 이후 매수한 주주들은 참여 대상이 아니다”라고 소송 대상을 구체화했다.

이번 배당사고는 해외에서도 드문 일인 만큼, 참고할 만한 벤치마킹 사례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디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정답인지 판단하기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삼성증권이 투자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다. 이들 모두에게 무조건 배상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피해자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충분히 검토한 후,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보상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무조건 안 됩니다”보다는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가 먼저였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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