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삼성에 보험업감독규정 카드 꺼낼까

입력 2018-04-25 10:47 수정 2018-04-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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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행법상 지배구조 개편 불가"…규정 개정 땐 계열사 주식 1년 내 처분해야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삼성 측이 현행법상으론 지배구조 개편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자, 금융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앞서 최종구 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을 직접 언급한 것과 관련해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전날 삼성 측으로부터 이번 지분매각 해소와 관련한 입장을 직접적으로 전달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 등의 제약으로 사실상 지분관계 해소가 어려운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이 현재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곳으로는 삼성물산이 꼽혀 왔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 공정거래법상 신규순환출자 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후에도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은 부담스럽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가 전체 자산의 50%를 넘게 되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규모는 이미 15조 원이 넘는다. 삼성물산 총자산(49조 원)의 30%를 웃도는 규모다.

삼성물산이 다른 자회사 지분을 팔아 빈공간을 늘려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떠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지난 정권에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추진됐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금산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현 여당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지난해 취임 당시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을 전면 철회·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학자 시절 소신대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다시 추진되더라도 여당의 반발에 통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유일한 방안은 삼성전자가 직접 삼성생명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 방안은 현행법상 불가능하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해 8월 특별한 경우에 한해 자사주 매입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아직 야권에서는 해당 자사주 매입규정 완화에 대해 뚜렷한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논의 자체도 더딘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선 금융위가 직권으로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한다면 삼성생명은 1년 내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며 “자동으로 자사주 매입 관련 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해소 배경은...

보험업법 제 106조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일반계정) 중 계열사 주식을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일반계정 총자산은 237조 원으로 계열사 주식가치는 약 7조 원 규모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주식가치는 작년 말 기준 35조 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만 27조 원 수준이다.

현재는 계열사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보험업감독규정 별표11에 따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득 당시 금액으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 합쳐도 4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융위가 이를 장부가(시가)로 고치게 되면 삼성생명은 1년 내 약 28조 원의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현재 보험업법 외 은행·증권 등은 모두 시가평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험업감독규정은 금융위가 직권으로 개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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