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을 분석한 결과 인체 유해성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벤젠 등 유해화학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일부 검출된 물질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작업환경 노출과 백혈병, 뇌종양, 자연유산 등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반도체 생산라인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선 모든 화학물질 리스트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는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 컨벤션홀에서 종합진단 보고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에 대한 종합진단 결과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2016년 1월 12일에 합의한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조정합의조항’에 따라 삼성전자의 사업장 내부 재해관리시스템 강화활동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구성된 삼성전자 외부의 독립적 기구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산업보건,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이번 종합진단은 조정합의서에 따라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관리실태 평가 △작업환경의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 △종합건강관리체계 점검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장 미래전략 연구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와 안전보건관련자료 보관에 관한 연구의 5개 주제로 나누어 실시됐다.
◇옴부즈만 위원회 “유해성 판단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치는 아냐”=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최근 3년간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별 유해인자(물리·화학적 인자, 분진 등) 불검출률은 △기흥·화성 79.9% △온양 71.6% △아산 73.0%였고, 검출된 유해인자 중 법적 노출허용기준의 10%를 초과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단,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이용한 노출평가는 한계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직무력과 작업환경 측정결과를 연결하는 직무노출매트릭스(JEM)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웨이퍼 제조 포토(PHOTO) 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액 용액 중 벌크시료 54개를 선정해 25종의 유해화학물질 검출여부를 직접 분석한 결과, 벤젠, 에틸렌글리콜류 등 16종은 불검출됐고 톨루엔, 크레졸-오쏘 등 9종의 물질이 검출됐다”며 “하지만 검출된 물질은 극미량 수준의 농도이므로 인체 유해성 판단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상 작업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유지보수 작업 시의 공기 중 화학적 유해인자 및 전자파 노출을 직접 측정한 결과 대부분의 유해인자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검출된 경우에도 노출기준 대비 극미량 검출됐다”며 “방사선 설비 관리 실태와 방사선 피폭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원자력안전법의 안전관리 기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방사선 설비 주변에서의 작업자의 기대피폭선량을 계산한 결과도 일반인 선량한도인 연간 1 mSv를 넘는 경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반도체 근로자의 작업환경 노출과 암 등의 질병 발생 간의 연관성 및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선행연구를 대상으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실시해 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뇌종양, 유방암 및 자연유산과의 연관성에 대한 통합요약값(표준화발생비 및 표준화사망비)을 산출했으나 결국 통계의 유의성 및 연구 간 이질성 등의 문제로 반도체 근로자들과 상기 질병 간의 관련성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근로자 보호할 수 있게 유해인자 인지 정보 공개해야”=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주기별로 MSDS(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재한 시트)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신속하게 수정·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MSDS를 통해 근로자들이 유해인자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반도체 공정과 질병 발생 간의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사업장 재직자뿐만 아니라 퇴직자 및 보상대상자를 포함한 코호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등 2차 자료와 연계해 작업환경에서의 유해인자 노출과 특정 질병 발생 및 사망 위험 간의 관련성을 장기적으로 추적할 것을 제안했다.
또 개선을 위해 △건강지킴이센터 운영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홍보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을 통해 통합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개발 △보상대상 질환 중 류마티스 관련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해 ANA, Anti-Ro·La Ab 검사를 종합검진 항목에 추가 △종합검진 중 일반혈액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 추적검사 및 말초혈액도말검사를 실시하고 추적관리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재해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전위험관리시스템(RIMS–HSE) 구축 △ 건강·안전·환경 관련 위험 관련 사례를 지속적으로 벤치마킹 △근로자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를 삼성전자에 언급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반도체 및 LCD 사업장 근로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건강 이상 발생 시 산재 판단을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전향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모든 화학물질의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며 “화학물질의 정보공개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근로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근로자가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할 것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옴부즈만 위원회가 종합진단의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개선안에 대해 삼성전자는 3월 이내에 옴부즈만 위원회에 이에 대한 조치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또 옴부즈만 위원회는 개선안에 대한 이행점검 활동을 그 존속기간 동안 매년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이에 대한 이행점검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