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주총 활성화의 길

입력 2018-04-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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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정기 주총 시즌이 막을 내렸다. 회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찬반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회사당 평균 4~5개씩, 총 1900여 개 상장사의 정기주총이 3월 한 달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일명 ‘슈퍼주총데이’라 불리는 특정 2~3일에 집중돼 있다. 1년에 한 번 회사와 주주의 공식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회사의 연중행사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지나간다.

특히 올해 주총은 3년간 조건부 유예됐던 섀도보팅(그림자 투표)제도가 작년 말 폐지되면서 ‘주총 대란’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주총 안건이 부결되는 회사들이 속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행히 거래소의 99.3%, 전체 상장사 기준 96.1%의 회사들이 주총을 무사히 마치면서 우려는 불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76개사의 주총에서 의안 부결이 발생했고 대부분 감사(위원) 선정 안건이었다.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의 영향이 컸으나 대부분 소액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였다. 상장사들의 고질적 문제인 주총 실질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만약 누군가 한국 주총의 문제를 묻는다면 학계나 자본시장 관련 업계가 모두 수긍할 만한 자조 섞인 답이 있다. “주주 없는 주총, 토론 없는 주총, 정보 없는 주총, 주주 제안 무력화”가 그것이다.

주총 활성화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은 보다 많은 주주들이 주총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특정 월이나 일에 몰려 있는 주총일을 분산하고 회사들이 한날 한시에 주총을 개최해도 주권을 손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나 서면투표,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토론 없는 주총도 문제다. 주총이 개최된 후 일반적인 안건은 무난히 승인될 것이지만 회사와 이견이 있는 주주라면 이에 반박하거나 충분한 토론을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상장사들의 평균 주총 소요 시간은 30분 내외로 선진국보다 매우 짧은 편이다.

토론 문화의 부재에는 정보 부족도 한몫을 한다.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주주가 회사의 경영 성과를 안심하고 보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회계법인의 승인을 거친 외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외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주주가 자체적으로 ‘적정 의견’을 가정하고 재무제표를 봐야 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사회 권한이 강력하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서구와 달리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 체제이기에 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사외이사나 감사의 독립성 판단을 위해서는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계열사까지 재직 여부와 기간을 폭넓게 봐야 하는데, 선임된 이사를 보면 대부분 간단한 약력만 공시된다. 미국처럼 연도별 경력이 필요한 이유다. 또 이사의 보수와 관련해서도 보수의 한도만 안건으로 상정되는데, 보수 산정 기준과 구체적 근거를 함께 명시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정보 부족 문제의 원인은 회사 활동의 모든 중요 정보를 담는 사업보고서가 주총이 끝나고 발표된다는 데 있다. 주총 개최 전 사업보고서 발표만으로도 회사-주주 간 정보 비대칭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절대 정보량이 적다는 점 외에도 주총 공고를 2주 전으로 규정한 촉박한 일정도 개선이 필요하다. 홍콩이나 대만처럼 3주나 4주 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공시 일정을 과거처럼 주총 이전으로 앞당기면 일반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주총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 경영의 근간은 지배구조에 있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주총이 있다.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기업의 효율성도 증진된다. 이를 위해 주총 활성화는 필수다. 필요한 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은 이를 제도화하고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주총 활성화의 길은 주총 제도의 개선, 정보 공시의 확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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