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에 투기꾼 공격에...바람 잘날 없는 현대차

입력 2018-04-27 09:55 수정 2018-04-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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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 등 외국 자본이 수시로 경영권 간섭을 시도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현대모비스가 정점에 있는 지배 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변수가 생겼다. 어닝 쇼크에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하락하면 엘리엇뿐 아니라 다른 외국계도 글로비스와의 합병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청구권 가격은 23만원 대인데, 모비스 주가는 24만원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집중투표제’를 통한 사외이사 외부 선임의 필요성을 강조한 엘리엇의 제안도 실적 악화와 맞물려 반대매수청구권 세력을 규합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 축소된 681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약 9800억 원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같은 시기 이 회사의 매출액도 22조436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 줄었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한 7316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실적 부진은 납품 의존도가 높은 현대모비스의 실적 하락의 원인이 됐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보다 32.7% 감소한 4498억 원을 나타냈다. 1분기 매출액은 8조1943억 원, 순이익은 4659억 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각각 11.6%, 38.9% 축소됐다.

현대차 1분기 부진의 원인으로는 △미국·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판매 악화 △원화 강세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이 꼽힌다. 현대차는 ‘G2’ 시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현지 전략 신차 등을 대거 투입을 통해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지만, 나머지는 모두 단기에 회복이 어려워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회사는 2분기 반등을 자신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골자로 한 임금협상안을 들고나오며 ‘춘투(春鬪)’를 예고한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에 따른 존속 모비스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친환경·자율주행·커넥티비티차 등 미래차 사업을 키우고, 2025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의 매출 성과를 내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아울러 글로벌 수주도 2022년까지 1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조직을 구축해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엘리엇 등 주주나 회사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주주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존속 모비스를 밑그림을 소개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AS부품·모듈 사업 부문(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를 0.61대 1로 합병하는 방식의 출자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지분 산정의 부적절성을 이유로 분할·합병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현대모비스가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만큼, 현대글로비스도 조만간 중장기 전략을 공개해 회사 가치 부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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