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서 보편적 건강보험 정책이 톡톡히 효과를 내고 있다. 국민 건강을 크게 개선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여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를 없애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는 추세다. 그런데 의학이 발전하는 것과 무관하게 국가별 의료 서비스의 격차는 최대로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산전 진료, 자궁경부암 검진, 디프테리아 예방 접종 등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수는 약 50억 명에 달한다. 연 소득의 10% 이상을 의료비를 지출하는 인구는 8억 명이 넘는다. 25%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인구는 1억8000만 명에 이른다. 의료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서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과 인도의 지방 지역에서 정확한 진료를 받는 환자 비율은 12~26%에 그친다.
보편적 건강보험 서비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보험 원리에 따라 국민이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국가가 이를 기금화해 개인이 의료비로 어려움에 부닥치는 것을 막아주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을 채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 정책임에도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인이 부담하는 막대한 비용을 국가가 모아 관리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보편적 건강보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으로도 작용한다. 개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거나 질병이 퍼지면 아무리 국가가 경제 개발에 투자해도 무용하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건강염려를 덜 할수록 사람들이 창업에 나설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가 경제의 역동성과 국민 건강이 비례한다는 의미다.
보편적 건강보험 효율성은 여러 신흥국의 사례가 뒷받침한다. 1950년대부터 국가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시행한 칠레나 무상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코스타리카가 대표적인 예다. 두 국가의 국민은 미국 국민이 쓰는 의료비의 8분의 1만 지출하면서도 기대수명은 미국 국민과 비슷하다.
보편적 건강보험이 잘 갖춰진 태국의 경우 국민 평균 연간 의료비는 220달러(약 23만 원)에 그친다. 그런데도 사망률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슷하다. 예컨대 태국에서 산모 사망률은 미국에 있는 흑인 산모의 절반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로 꼽히는 르완다는 국민 90% 이상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 덕에 영아 사망률은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2000년 기준으로 영아 1000명당 사망 수는 120명이었으나 작년에는 3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비효율적인 건강 보험 시스템, 혹은 취약한 공공 의료 보험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지만만 신흥국에서 보편적 건강보험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학은 수 세기 동안 발전했으나 세계의 절반이 그 수혜를 보지 못하고 필수적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학 발전의 결실이 낭비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보편적 건강보험은 의학 발전의 수혜를 넓히는 수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