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달로 연기됐다. 당장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직격탄을 맞는 이동통신사들이 배수진을 치고 도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6월 국회에 상정해 연내 도입할 예정이었던 보편요금제가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27일 규개위가 진행한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180분간의 설전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가장 먼저 해당 요금제를 내놔야 하는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이 크게 반발하면서 과기정통부가 결론을 보류했다.
이날 SK텔레콤은 90분가량 보편요금제에 대한 반대 논리를 펼치며 배수진을 쳤다. 다음 달 속개하는 규개위 논의를 거쳐 6월 국회까지 통과하면 이르면 연내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국회 대관팀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약 2570만 명이 연 2조2000억 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금액은 전부 이통사가 내야 하는 것으로, 이는 지난해 이통 3사 매출의 4%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혜택인 2조2000억 원을 모두 이통사가 부담해야 하고, 여기에 기존 통신비 인하 항목과 합하면 비용 부담금은 최대 3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 5G 상용화를 앞둔 상황에서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시작한 선택약정할인 25%로 이통 3사의 피해 금액은 모두 5883억 원이다. 기초생활 수급자 및 고령층 등 취약계층 추가 통신비 인하에 4343억 원이 들어간다. 이를 모두 합치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해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조2220억 원에 달한다.
보편요금제를 종용하는 건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텔레콤은 과점 시장인 통신시장에서의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입법을 통한 보편요금제 도입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헌법 제119조 1항의 예를 들며 국가의 규제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허용돼야 하고, 보편요금제는 이를 뛰어넘은 정부 시장 개입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 만약 보편요금제의 입법이 완료될 경우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 심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통사의 반대에도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고가요금제의 경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충분한데 저가 부분은 그렇지 못한 만큼 보편요금제를 도입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