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주말 명동과 동대문, 잠실 등 서울의 관광지마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법 눈에 띄었다. 면세점별로 노동절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곳도 있었다. 업계 상인들은 섣불리 노동절 특수라고 해석하진 않았지만 지난주보다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에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명동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평소에도 주말이면 이 정도 손님이 오긴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게 체감된다. 요즘에는 단체 관광객도 이전보다 많이 온다”고 말했다. 잠실 롯데월드몰 명품 판매장에서 주얼리를 취급하는 직원 역시 “노동절 특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는 단체로 찾아오는 중국인이 다시 늘고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싼커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유커 방문도 올 초에 비해 늘어난 것 같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다. 3월 중국인 방문객 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8% 늘어난 40만 명을 기록,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 해빙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현장에서도 서서히 체감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 면세점·백화점업계에서는 노동절을 맞아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5월 8일까지 중국 퀴즈쇼 이벤트를 차용한 ‘뇌를 움직여라, 한제신세계 5.1퀴즈데이’를 진행하고, 신라면세점도 내달 3일까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SNS 이벤트를 열어 한국 왕복 비행기 티켓, 화장품 등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까지 5개 점포에서 ‘싼커 맞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일부 점포에선 1:1 통역 쇼핑도우미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세를 보이며 4월 들어 중국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0.7% 신장했다”며 “중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에 맞춰 중국인이 선호하는 품목인 화장품, 수입의류, 선글라스 할인 행사를 중점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결제 건수가 늘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4월 1~22일 은련카드·알리페이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2배 증가했다. CU 관계자는 “공항, 도심, 관광지 등에 있는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을 감지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쇼핑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유커의 증가세를 체감하긴 이르다는 일부 상인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5월 회복설, 6월 회복설 등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기대감은 분명했다.
동대문 쇼핑몰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언론에서 만날 유커가 다시 온다고 떠들어대지만 실제로는 산커가 많다”면서도 “관광 가이드들이 지나다니면서 5월엔 단체 예약이 제법 된다고 귀띔은 해준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일부 유명 화장품 매장에서 트렁크 한가득 마스크 팩만 잔뜩 담아가는 다이궁(보따리상)과 개별 관광객이 대다수였다. 도로변에서 만난 관광버스 기사 김광천(60) 씨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중국 관광객 예약 건은 없지만 회사에서는 6월부터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