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입력 2018-04-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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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장

연내 종전 선언과 대외공개를 전제로 한 핵 실험장 폐쇄, 표준시 통일…. 지난 며칠간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따른 후속 발표는 내용의 파격은 물론, 속도까지 너무나 빨라 어찔할 정도다.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 남북 정상 간 12시간의 만남은 과거와 달리 두 정상의 몸짓 하나까지 생생하게 중계되면서,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모두에게 전했다. 깊어졌던 그간의 골을 생각보다 더 빨리, 더 쉽게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감동은 ‘남북 분단 70년’을 뛰어넘어 더 각별하게 다가온 것 같다. 앞으로 남과 북이 걷는 과정에는 군데군데 실망하는 구간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낙관적인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한 5·24 조치가 발표된 지 8년이 지났다. 이후 6·15선언의 결과물인 개성공단마저 폐쇄됐고, 민간과 정부의 경제 교류는 완전히 멈췄다. 하지만 27일 남북 정상의 완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공식 추진하는 내용의 13개 항으로 구성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동안 막혔던 경제협력의 길도 다시금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정체를 겪고 있는 우리 산업에 새로운 성장 계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는 데 대다수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5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하반기 남·북·미·중의 종전 선언, 이어 이르면 연내 평화협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경제 제재가 완화된다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우리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관련 건설, 발전설비와 같은 에너지 관련 협력에 수혜가 있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구축까지 지목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북한으로부터 저렴하고도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낮은 토지 사용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생산기지 확보도 용이해진다. 이는 2016년 기준 국민총소득(GNI) 36조4000억 원으로 우리의 2% 수준에 불과한 북한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고, 이는 향후 통일 비용의 절감으로 돌아올 것이다. 기업 투자의 효과가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협력을 통한 우리 기업의 실적 상승은 증시의 성장 버팀목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남북의 화해 무드는 증시 활성화의 고질적인 걸림돌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며 외국인 투자를 통한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불안정한 노사관계 △소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등이 꼽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보다 높은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다. 우리 증시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때마다 2% 전후의 하락을 해왔다. 반대로, 남북 관계가 호전되는 사안이 발생하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증거다.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56배였다. MSCI 신흥시장지수의 PER(15.25배)과 비교하면 30.78%나 할인된 수치이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 한국지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남북 간 지속적인 긴장이 완화된다면 아시아 경제와 시장이 큰 수혜를 볼 것이며, 전 세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목된다.

현재 대한민국은 저성장, 저물가, 저고용,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4저 1고’의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잠재성장률은 2006년 이후 3%의 벽에 갇혀 버린 상태다.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1.05명(2017년)을 기록했고, 올해 고령사회를 넘어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고되어 있다.

그간 북한과의 관계는 우리에게 ‘디스카운트’ 요소로 수십년간 작용해 왔다. 해법 역시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있다. 이제 전환되는 새로운 관계가 발전적 상생으로 가는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불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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