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시자카 노리코는 산업폐기물 처리회사인 이시자카산업의 대표다. 그는 공장 인근의 농작물이 다이옥신에 오염됐다는 보도 이후에 주민 운동이 들끓자 자발적으로 산업폐기물 소각 사업에서 철수하고 완전히 새로운 발상으로 기업을 재건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지역 환경을 보호하는 전천후 설비를 도입하고, 반딧불이와 토종 꿀벌이 날아오는 ‘숲 재생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대단한 역사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도코로자와의 잔 다르크’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다.
‘반딧불이 CEO’는 이시자카가 아버지에 이어 서른 살의 나이로 산업폐기물 사업에 뛰어들어 완벽한 창조혁신 사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그는 여전히 건축 산업폐기물을 이용한 리사이클 사업을 운용하고 있는데, 12년 전 주민들의 비난이 거셀 당시와는 전혀 다른 회사로 변모시켰다. 그가 관리하는 부지는 도쿄돔 4개의 면적과 맞먹지만 공장 설비는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숲이다. 리사이클 사업에서도 탄탄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숲 재생과 지역 공생을 함께 추진하여 누구든지 찾아오고 싶은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산업폐기물 처리 업체를 떠올리면 도무지 자연이나 환경 보호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녀는 신화 창조를 이뤄냈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풋내기 여사장 남자들의 회사에 뛰어들다 △불량 사원들을 최고의 인재로 변화시키다 △휴가는 무조건 부조건이고 부업은 필수인 회사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폐기물 업체 △경쟁업체에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회사 등 5개 장으로 구성됐다.
평균 연령 55세의 임직원들이 있는 회사에서 서른 살의 풋내기 여사장이 환경오염 문제로 동네북이 된 회사를 맡았을 때 제시한 첫 번째 결단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소각로를 처분하는 일이었다. 회사 기반을 뒤흔드는 이런 조치에 직원들이 경악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그야말로 기본을 정립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현장을 돌 때마다 휴게실에 들어가서 만화책 등으로 난장판이 된 휴게소부터 정리정돈할 것을 지시했다.
젊은 대표가 수십 년간 내려오던 관행에 손을 대기 시작하자 반년 만에 전체 사원의 40%가 회사를 떠났다. 그녀가 승리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개혁을 한 지 4년째 될 때부터다. 그녀는 지난 12년 동안 현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순회지도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직원들이 3S활동을 철저히 준수하는지, 인사를 제대로 하는지 등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작은 실천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4년이 지나자 회사는 하나의 목표로 전진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직원들이 교대로 현장을 돌면서 오랫동안 근무해 왔던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세밀한 개선 및 혁신 사례들을 찾아낸다. 저자는 발견한 문제들을 임직원에게 알려서 모두가 공유하게 하는데 이것이 큰 성과를 낳는다. 주어진 일만 하는 데 익숙한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일하기 시작하자 조직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다.
1999년 비난의 중심이 되었던 이시자카산업은 2003년 공장 주변의 잡목림을 새롭게 가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렇게 가꾸어진 숲은 ‘숲 접대’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장소가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뭔가를 살리는 일에 큰돈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