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칼럼] 남북경협도 구체화하기를

입력 2018-04-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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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었다. 11년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남북 두 정상이 군사경계선에서 만나는 순간부터 작별의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의지가 포함된 공동선언문인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한국전쟁 종전 선언 및 평화협정, 그리고 통일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판문점 선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핵화의 이행 방식 및 시기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담보된다면 대북제재 해제는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경제 원조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 가능성이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기다리고만 있진 않다. 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단계적 군축을 위한 군사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그리고 문 대통령의 방북 등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협의를 계속 진행하게 된다. 말 그대로 급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로 흘러간다면 가을의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경제협력 부분에 대한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주된 의제에 집중한 이번 회담에서 경협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비핵화라는 주요 논의의 초점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북미회담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의 회담인 만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을 위한 구체적 협의를 하게 될 것이다.

이때에는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고 통일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래야만 한다. 통일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왕래가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안전망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통합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경제 체제의 남한과 달리 북한은 기본적으로 모든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집단적으로 관리하는 사회주의 소유제도를 토대로 하는 계획경제 체제이다. 개인 재산권의 인정 범위가 근로소득 및 일용 소비품에 한정되어 있고 부동산 소유가 금지되어 있다. 최근 현실 경제에서 시장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암묵적으로 시장경제활동이 일부분 인정되고는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남북의 경제 체제 차이로 인해 지금까지 상당한 경제 격차가 빚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천문학적 통일비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정치적 상황은 달랐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닮았던 1989년 독일의 통일과정을 보면, 당시 서독의 국민총소득은 동독의 12~24배, 1인당 국민총소득은 3.2~6.4배였다. 통일비용으로 서독 GDP의 4~5%가 동독으로 이전되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남한의 국민총소득은 북한 국민총소득의 41.8배, 1인당 국민총소득은 22배에 각각 달한다. 직접적 비교는 힘들겠지만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통일비용으로 남한 GDP의 10% 이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연금 등의 사회복지제도까지 통합한다면 더욱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렇듯 큰 부담이 될 천문학적 비용은 통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통일을 향한 남북정상회담이라면 경제 격차 해소를 위한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필수이다. 이는 현재 단계에서 논의되는 경의선 열차나 도로와 같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나 개성공단 등은 물론, 북한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시킬 유도 방안도 포함되어야 한다.

정치 통합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구축을 위한 방향이 바람직해 보인다. 아무쪼록 이번 정상회담이 통일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그리는 논의의 출발점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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