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식시장, ‘현금 없는 사회’에 고공행진…내국인 투자자가 활황 주도

입력 2018-04-30 16:46 수정 2018-05-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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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좌 개설 늘면서 주식 투자 관심도 높아져…센섹스지수 작년 한해 36% 상승

인도 주식시장이 내국인 투자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현금 없는 사회’ 정책으로 은행 계좌 개설이 늘면서 인도인이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50% 증가해 2조3000억 달러(약 2451조 원)에 달했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BSE) 벤치마크인 센섹스지수는 작년 한 해 36% 상승해 다른 주요 신흥국 지수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인도 증시 소형주 상승폭은 64%에 달했다. 센섹스지수는 이달에도 5% 상승했다.

인도증시 고공행진에는 내국인 투자자들의 역할이 컸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작년 인도 주식시장에 순유입된 외국인 투자 규모는 80억 달러였으나 내국인 투자는 183억3000억 달러에 달했다. 모건스탠리의 리드햄 디사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인도 사람들은 저축하는 금액의 4분의 1을 증시에 넣고 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화폐 개혁을 단행하면서 현금 거래를 줄이고 카드나 디지털 결제를 높이는 방식을 독려하고 있다. 자연스레 은행 계좌를 만드는 사람도 늘어났고, 계좌를 만든 인도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도 커졌다. 모건스탠리의 아닐 아가왈 애널리스트는 “현재 인도에서는 몇 초 안에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주식으로 수익을 내면 바로 계좌에 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금 같은 여타 다른 투자 자산들이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주식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은 면도 있다. 인도 동부 오리사주 드헨카날 소재 인프라 업체에서 근무하는 케스합 제나는 주식 투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생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항상 은행 예금만 하거나 부동산에 약간 투자하곤 했다”며 “그런데 주식이 다른 자산에 비해 더 나은 수익을 낸다는 것을 깨닫고는 뮤추얼펀드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교육 비용과 결혼 비용, 은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한 달에 1만 루피를 뮤추얼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인도증시에 너무 몰려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국인 투자자들이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매도세가 한꺼번에 일어나면 증시 폭락을 넘어 경기침체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튼인베스트먼츠의 벤카트 파스푸레티 선임 애널리스트는 “작년에 주식 투자로 돈을 번 투자자라면 올해 또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들이 올해 돈을 잃으면 내년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증시가 국내 투자자들 덕에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에도 국내 투자자들이 몰려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내림세를 기록했고, 다시 상승세를 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한 해 동안에는 시가총액 절반이 날아갔다. 디사이 애널리스트는 “90년대 인도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지금 투자하는 젊은이 중 당시의 나쁜 기억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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