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부자, 남북경협 나서나

입력 2018-05-01 09:23 수정 2018-05-0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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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협력(경협)이 구체화될 경우 현대아산뿐아니라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아산이 경협의 선봉인 것은 맞지만, 경협의 주된 내용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인데, 현대차그룹이 현대로템(철도 차량), 현대제철(철도 레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토목과 발전설비) 등 SOC 관련 계열사를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옛 현대그룹은 지난 2000년 북한의 SOC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그 이후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주요 계열사를 팔면서 현재 SOC사업을 이끌 만한 계열사는 없는 상태다. 반면 정몽구 회장은 2011년 현정은 회장을 제치고 여러 논란 끝에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현대아산, 대북 사업 선봉..정상화에는 시간 걸릴듯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목 받았던 곳은 단연 현대아산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운영 등 남북 경협 사업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현대아산도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며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1년간 사업이 중단됐던 탓이다. 실제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과 관련한 조직 규모는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업계와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현대아산의 직원 수는 고(故)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됐던 2008년 1084명에서 현재 157명으로 무려 85.5%나 줄어들었다.

이에 조직도 대폭 축소돼 ‘3실(기획실, 계약지원실, 사업개발실)-4본부(경영지원본부, 관광사업본부, 경협사업본부, 건설본부)-2사업소(금강산사업소,개성사업소)’ 체제에서 지금은 관광경협본부와 건설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3개 본부로만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바뀐 북한 내부 사정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강산 현지의 시설이나 인력 수급 여건 등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강산 현지 시설 점검이 이뤄진 것은 2015년 12월로 이후 상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현대 측이 단독으로 이를 진행할 수 없다. 또한 북한은 2011년 6월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한 바 있어 이와 관련한 추후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아산이 기대하고 있는 7개 SOC 사업과 관련해서도 지난 10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무려 2000억 원에 달하고 있는 현대아산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대북사업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필수인력은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광 재개를 준비하는 과정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SOC 사업권은 분명 현대아산에 있다"며 "추후 SOC 사업이 진행되면 필요한 기업을 우리가 선택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 등 SOC 사업 현대차그룹에 기회오나 = 지난달 27일 열린 판문점 회담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철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북한 내 철도 기반 시설 개·보수의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철도 차량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로템과 철도 레일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이 반색하는 이유다. 현대로템은 현대차가 46.1%, 현대제철은 정 회장이 11.8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건설·토목을 담당하는 현대건설과 발전 설비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도 북한 SOC 사업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이 2011년 인수한 현대건설은 소위 ‘신의 한 수’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철도 개·보수 사업은 남북 관계가 진전될 때마다 꾸준히 검토돼 왔다. 북한의 철도 복선화 비율은 64.1%인 남한보다 현저히 낮은 3% 수준에 불과한 데다, 기반 시설 노후화로 철도를 이용한 물류에도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지적받아 왔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07년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철도 개보수를 남·북·러 합작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추진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 북방정책과 맞닿아 있어 경협이 이뤄지면 가장 먼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전자전기 설비 제조 부문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이 대북 경협 사업의 수혜를 받을 것을 기대된다. SOC 사업을 위해 송전 및 배전 설비는 필수적인 요소로 꼽혀서다.

문선영 기자 moon@

양용비 기자 dragonfly@

안경무 기자 nogla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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